논밭 금액 환산 연 49조
 물과 공기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않될 중요한 자원이지만 희소성이 없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잊고 지내듯이 농업·농촌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모르고 지내는, 보이지 않는 다원적 가치가 많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
그러면 농업·농촌의 가치를 화폐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우선 논밭은 농산물 생산이라는 경제적 효과 이외에 환경보전, 홍수조절, 자원확보 등의 다양한 기능이 있으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49조 3천4백억 원(농촌경제연구원 발표자료)의 가치가 있다. 논밭의 사회적, 경제적 효과로는 농산물 생산을 통한 경제안정과 일자리 제공, 사회안정 효과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는 농업 생산액 20조4천억 원(2000년 기준)의 가치가 있다. 또 논밭에 저장 가능한 물이 31억9천만 톤으로 홍수조절 효과가 커 17조 8천98억 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들어났다.
국내외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논밭의 환경보전 기능도 높이 평가되었다. 매년 논은 1천11만톤의 산소를 발생해 대기 정화기능(3조5347억원)을 수행하고 있으며, 논의 경우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수질정화 기능(2조 1900억원)도 있다. 또 밭 경작으로 토양 유실이 억제되는 양이 6천65만톤으로 토양보전 효과(4815억원)가 있으며, 농작물 재배 때 증발이나 식물호흡을 통해 61억9천만 톤의 수분이 빠져 나와 대기온도를 조절하는 효과(1조 8570억원)도 있다.
이밖에 지하수 함양을 통한 수자원 확보(1조 8451억원), 농촌 환경과 보전(7451억원), 휴양 및 레저공간 제공(4768억원), 전통문화 보전 등 다양한 자원확보 기능이 있다.
국내의 다른 산업들이 급성장한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약 농업을 포기했을 경우를 생각해 보자. 농지감소와 무분별한 개발 및 자연환경 훼손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의 가속화, 각종 자연재해로 인한 그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또 우려되는 것은 자연재해 등으로 식량생산이 급격히 줄어들 때 식량을 대량으로 보유한 국가들의 이른바 식량 무기화로 식량 부족국가를 경제적 식민지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진 외국들은 이미 자국 농업의 기반을 완전히 다지고 문호를 개방했지만 우리는 미처 대처하지 못하고 문호를 개방하여 국내 농업은 이미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쿠르네츠교수는 농촌개발을 미루면 중진국까지의 공업화 성장은 가능하지만,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농촌이 공동화(空洞化)되면 그것이 결국 비 농업 부문으로 전가될 뿐만 아니라 도시 과밀도로 인한 환경난, 교통난, 주택난 등을 유발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선진국을 지향하고 있는 우리는 지금 농업·농촌문제에 대한 깊은 고뇌를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 농업에는 오천년 민족의 문화와 정신이 담겨 있다. 이것을 버린다면 민족의 미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며, 후손들에게 영원토록 원망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