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통일교육위원 박재국
필자는 지난 3월6일 경첩을 기해 경기도 이천 장호원읍 대정리 봉미산록 향동마을 뒷산에서 돌아가신지 5백여년이 되는 필자의 16대조묘를 비롯 12대조까지 다섯분상의 선대묘를 이장(移葬)하는 가족대행사를 가졌다.
흥분된 마음속에 4~5백년전으로 회귀해 느낌점을 피력해볼까 한다.
산역(山役)에 임하면서 산신제와 기도를 올린다음 16대조의 릉 같이 큰 봉분을 포크레인으로 해체하니 회를 넣지 않고 흙으로만 매립해 2m높이의 목관이 이내 쉽게 발견되었다.
흥분된 분위기로 지켜보는 가운데 두꺼운 덮개목관을 해치니 유체와 많은 유물이 나올줄 알았으나 웬일인가?. 물이 관속에 흥건하고 유체는 부식되어 산화됐고 부식된 목관가루와 할아버지의 행적을 적은 두루마리 종이가 거의다 썪어 글씨를 알아볼 수 없어 매우 안타깝고 애석하였다.
이분은 단종 시강(侍講)경연으로 계시다가 1456년 세조원년 병자년에 단종을 뫼시고 영월까지 가서 함성읍충(泣忠)하시다가 단종이 승하하심에 필자의 고향이 된 이천향동으로 낙향하시어 세조의 부름에도 응하지 않고 낚시로 세월을 보내시다 78세를 일기로 한많은 세상을 하직하신 것이다.
지금도 할아버지가 낚시질하시던 우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세월의 무상과 인생의 허무를 느끼게 된다.
두루마리의 글씨는 꿋꿋한 절개와 노년기 여생의 구절양장의 한(恨)이 담긴 눈물젖은 사연이었으리라.
너무 아깝고 아쉬웠으니 절개높은 그분의 자손됨을 자랑으로 달랬다.
바로 아래의 15대조 원근元根(통훈대부 여절교위)공의 묘와 그 옆의 14대 종윤(교력부위 한성참군)공의 묘는 약간 물이 찼으나 유골일부가 남아있어 필자 14대 손으로 손수 손을 얹고 430년전의 할아버지와 해후하며 근엄하셨던 모습을 그려봤다.
13대조이신 검(儉)공의 묘는 비로소 회로 덮어 단단하며 공기가 통하지 않고 깊이가 2m나 되어 유골과 유품이 많을줄 기대했으나 탈골된 유해 일부와 술잔두개 부사직(副司直) 벼슬때 쓰시던 도포갓이 거의 완형으로 나왔고 수저한벌과 가위류 몇점만이 출토됐다.
갓을 만져보니 참으로 감회가 깊었다.
이분에게서도 청렴한 공직자의 상을 엿볼수 있었다.
12대조 몽서(夢瑞)위와 배위 전주이씨의 묘는 백족산록 중턱에 위치, 역시 파묘하여 콘크리트를 깨니 두꺼운 목관안에 탈골 잘된 반 미이라로 자는 듯이 누워 계셨다.
그러면서 “자손들아 나는 잘 자니 번성들 하고 화목하게 살거라” 하시기에 “네 할아버지 천장을 용서하시고 천당에서 더욱 영생영락 하옵소서” 말씀드렸다.
조상과 자손이 372년만에 무언의 대화를 한 것이다.
이뿐인가? 그분이 아껴쓰시던 식기와 대접 및 수저한쌍과 청화백자그릇 몇점에다 술잔들이 10여점에 장기알까지 출토되어 환호성을 울렸다.
나주목사 검절제사(儉節劑使)벼슬을 하셨고 임난때 선조를 뫼시고 좌복사로 의주로 피난을 다녀오신분이니 그 고생 보는듯하고 임진왜란을 훤히 보는것같아 착잡하다.
1551년 명종6년생이시고 1634년 인조12년에 卒하시니 84세로 372년전이며 그의 증손자인 필자의 9대조 이소(以素)님의 아홉 살때 일이다.
며칠전 TV에서보니 경북안동에선 4백년된 남자미이라가 살색도 변하지않은채 자는 듯 발견됐다 .
미이라의 13세손이 악수하는 모습이 이채로왔다.
죽은자와 산자의 해후였다.
5년전 파주 파평尹씨 선산이장시 종손 윤만(67세)씨의 11대조의 동생되는 호(縞)가 다섯 살때 장염으로 사망후 350년이 되도록 살아있는 듯 생생한 미이라로 발견됐다.
너무 예쁘고 총명해 가족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그였기에 부식되지않은 소나무관 밑바닥엔 아버지(윤승관)의 옷 10여점을 깔고 시신위에는 평소 아끼던 모친의 옷 10여점을 겹겹이 포개어 덮어 구절양장의 눈물로 보냈기에 지성이면 감천으로 하늘도 감동하시어 350년이 지나도록 맑은 모습 그대로 옷속에서 포근히 잠들어 있었나보다.
지금 그의 미이라는 고려대에 영구보존되어있다.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필자는 그 당시 350년을 뛰어넘어 호(縞)소년과 그의 부모를 찾아 위안의 기도와 명상에 젖어 숭고한 부자사랑에 감동돼 울었었다.
조상묘의 반 미이라 발굴현황과 완전 미이라의 신비스러움을 기고해보았다..
박재국/시인,통일부 통일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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