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韓, 日꺽자 시민들 환호성
 “30년 망언의 주인공인 이치로가 고개를 떨구는 모습을 보고 속이다 시원했습니다”
2002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이후 한반도를 또다시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일본과의 경기가 열린 16일 오후 한국대표팀의 오승환이 일본의 마지막 타자인 타무라를 삼진으로 잡고 2대1로 승리하는 순간 도심 곳곳에서 시민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특히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 마운드에 서재응이 태극기를 꽂자 일부 시민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감격스러워 했다.
이날 수원시청 등 관공서를 비롯한 사무실이나 수원역, 터미널 등에서 TV를 통해 중계방송을 보던 시민들은 7회까지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지면서 우리 대표팀이 득점을 올리지 못하자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8회초 1사 2, 3루 찬스에서 이종범이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자 일제히 함성과 함께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시민들은 “한국이 30년 동안 일본을 못 이기게 해주겠다”는 일본의 간판 선수 이치로의 망언 직후 일본 도쿄돔에서 3대2로 승리한데 이어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또다시 승리를 거두자 한국의 승리가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수원역과 터미널에는 낮 12시부터 몰려든 시민들이 야구 중계를 보느라 열차나 버스를 놓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고 일부 시민들은 예매한 표를 환불하고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또 이날 오후 1시35분쯤 수원지방법원 일대가 정전이 되자 법원이나 검찰청, 변호사 사무실 등을 찾았던 일부 시민들이 차량에 달린 TV를 이용해 야구중계를 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이날 경기가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시작돼 식당을 찾은 손님 대부분이 식사가 끝났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아 식당주인들과 자리싸움(?)을 벌이는 가 하면 배달주문도 크게 늘어 수원지법 앞 식당의 경우 주문이 30∼40분씩 밀리기도 했다.
야구팬이라는 구본준(33)씨는 “일본의 콧대를 꺾은 통쾌한 승리”라며 “내친 김에 우승까지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야구협회 류성호(52) 전무이사도 “우리 세대에서 못한 것을 후배들이 해줘 기쁘고 월드컵 이후 선수층이 얇아져 걱정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야구 붐이 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무엇보다 야구인의 한사람으로 야구의 본고장에서 태극기를 휘날렸다는 것이 너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정민수기자 (블로그)j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