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규 건보공단 시흥지사 행정지원팀장
‘의료산업화’란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품, 의료기기 등 생산재 부분과 의료서비스 부분을 집중 육성하여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아울러 경쟁을 통한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으로 핵심은 ‘의료서비스 산업화’를 의미하며 이를 위한 주요 정책 수단이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허용’ 과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이다.
최근 개정된 경제자유구역법에는 명시적으로 외국법인에 한해 영리법인을 허용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지만 국내 법인도 외국인 지분 10% 이상만 확보하면 영리법인 설립이 가능해 사실상 국내법인에 대한 영리법인을 전면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영리의료법인이 도입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그 도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첫째, 영리의료법인은 비영리의료법인에 비해 이윤추구를 위한 진료비용이 더 비싸므로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비 보험분야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결국 추가적 의료 이용을 통해 의료비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즉 의료부문에 자본투자가 이루어지고 이를 회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므로 전체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영리의료법인 허용을 시작으로 공 보험의 재정적 기반 약화를 초래하고 의료서비스 전반의 가격인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국민의료비를 상승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나게 된다.
둘째, 영리의료법인은 부유층을 중심으로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들을 주로 이용하게 해서 고급진료를 유도할 것이므로 저소득 계층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며, ‘민간보험 = 영리의료법인 이용계층 = 고소득층, 공 보험(건강보험) = 공공 및 비영리의료법인 이용계층 = 저소득층’으로 이원화 될 것이다.
셋째, 영리의료법인은 차별화 된 서비스를 무기로 수가인상요구,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 등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결국 건강보험의 불안정을 증폭시켜 국민의료비를 증가시킬 것이며, 영리성 추구를 위해 의료시장에서 민간영리 의료기관이 난립하는 과다 경쟁이 되어 행정관리비가 증가하는 등 비효율이 더욱 커질 것이다.
넷째,영리의료법인은 수익창출을 위해 비 급여 영역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진료비가 올라가면서 환자들의 본인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 영리병원에서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민간보험 가입자가 늘어나게 되고 이들이 공 보험의 보험료 인상에 거부하게 될 경우 공 보험의 보장성(보험혜택의 범위)를 확대하지 못하게 된다.
미국과 독일은 민간보험을 도입하여 실패한 대표적인 나라다.
민간의료보험이 가장 활성화된 미국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장 제도가 없는 나라이며, 2001년 기준 국내총생산 대비 국민의료비 규모가 14.2%(영국 7.7%, 독일 10.8%, 스웨덴 8.9%)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면서도 영아사망율과 보건의료체계 성취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지금은 공적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건실화에 주력할 때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등하게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보험을 강화하고, 민간보험은 보충적인 기능을 수행하도록 국민의료비의 상승억제 방안과 의료소비자 양분에 따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건강보험의 안정적인 재정기반을 구축하여 현재 사회보험으로서 보험급여 보장성이 61.3%인 부분을 70%이상까지 강화하고 공공의료기관 비율을 30%이상 확보하여 민간보험과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가능한 후 의료시장 개방과 민간보험 도입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권성규·국민건강보험공단 시흥지사 행정지원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