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성군 농협중앙교육원 교수·경제학박사
음양오행설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상생과 상극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상생은 어느 분야든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말이지만, 상극은 서로 맞지않는다는 말로 만나면 싸우는 관계를 말한다. 천적 또한 생물 상호간에 먹이사슬을 형성하는 상극관계라 할 수 있다.
예컨대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잡아먹기 때문에 진딧물 입장에서는 무당벌레가 포식자다. 또 그런 무당벌레를 잡아먹는 것이 개미다. 개미 입장에서는 진딧물이 잡아먹히면 자기들의 식량이 줄어들 것이고, 무당벌레 입장에서는 개미들이 진딧물꽁무니 수액을 먹으려고 지키려고 할 테니까, 진딧물과 개미가 공생관계에 있는 이상 무당벌레가 진딧물을 잡아먹는 일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무당벌레와 개미는 천적관계이다.
이처럼 이종(異種)으로서 서로 돕고 사는 대표적인 동물로 개미와 진딧물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개미는 왜 진딧물의 꽁무니에서 나오는 그 작은 단물만을 감질나게 받아먹고 있을까. 단물 몇 방울에 들어 있는 당분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고기가 탐나듯 진딧물을 통째로 잡아먹을 수 있을 터인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만일 바로 눈앞의 이익만 챙기다 보면 개미들에게 동료들을 잃기 시작한 진딧물들이 멀찌감치 다른 식물로 옮겨 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개미들은 하루아침에 먹이감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런 연유로 지구상의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무당벌레와 개미사이처럼 상극(천적)관계를 이용한 우리농법이 최근활기를 띠고 있다. 이른바 지난 97년 농진청 시범사업으로 처음 도입된 국내 천적산업이 최근 2배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7종의 천적이 아시아 최초로 캐나다에 수출된다. 이는 환경 친화적이며 해충방제가 탁월하다면 우리의 천적도 얼마든지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미래의 농업은 친환경농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농업인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 농업에 대한 논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자연농업과 유기농업 등을 연계한 친환경농업은 꾸준히 발전해 나가고 있으나 무농약 농산물생산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아울러 유기농산물에 대한 신뢰에 있어서 논쟁 또한 만만치 않다. 여기에 천적농법의 당위성이 있다. 하지만 신뢰가 가장 확실한 천적농법에도 어려움은 있다. 즉 농약 값에 비해 경비는 몇 배 이상 지출이 되는데 비하여 소비자나 상인은 천적농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천적을 사용하여 무농약으로 생산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와 상인의 이해가 있어야만 천적농법으로 인한 친환경농업이 정착되어 갈수 있다.
또 모든 천적은 해충방제 수단이기 때문에 병해에 대한 기준이 설정되어야 한다. 즉 각종 병해에 사용되는 어떠한 약제들이 천적에 해가되지 않는지를 명확히 농가에게 알려줌으로써 안전하게 병해까지도 방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위해서는 천적농법 도입은 필수라 여겨지며 이제는 친환경 생명농업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다. 여기에 생산시설 증설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천적농법은 탄력이 붙을 것이다. 그리하여 천적의 상품화는 곧 농업의 블루오션 전략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