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창규 인천시의원
인천에는 15곳의 지하도상가가 있다. 이들 지하도상가는 1971년 준공된 새동인천지하도상가를 시작으로 해서 2000년에 준공된 부평대아상가까지 역세권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총 3천700여개의 점포가 입점해 영업을 하고 있다.
35년의 역사 속에서 인천지하도상가는 서울시 다음으로 많은 수의 상가를 형성하며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왔고, 2005년 기준 22억여원의 대부료를 납부하여 인천시 세수확보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경제불황으로 인한 시민들의 소비욕구 감소와 대형유통 할인매장의 증가로 지하도상가 이용객의 발길이 줄고, 빈 점포가 속출하면서 상권상실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결국 지하도상가가 대형할인매장이나 인터넷쇼핑몰 등과 견줘 생존하기 위해서는 대책마련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 상인들이 주체가 되어 42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직접 투자해 낙후된 시설물을 개보수하는 형태의 리모델링을 완료했거나 진행중에 있다.
인천시에서도 상가관리활성화를 위해 공유재산관리 운영사무를 전문으로 하는 공공법인, 즉 시설관리공단에서 위탁관리하고, 시설관리공단은 상가관리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상가법인에게 재위탁하되 대부계약권 등 자치관리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지하도상가관리운영조례를 2001년도에 제정·공포했다.
하지만, 지난 9월 20일 인천시는 ‘상가관리운영의 합리화를 위해 점포의 대부계약권과 전대승인권, 양도·양수승인권 등 핵심권한을 시설관리공단에서 집행하고 단순 시설물관리 업무는 상가법인에게 위탁추진을 하되 배다리, 제물포, 부평시장지하도상가부터 연차적으로 시행한다’는 내용의 지하도상가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시비나 구비로 개보수를 시행한 지하도상가 2곳과 입점률이 낮은 상가 1곳에 대해서는 3가지 핵심권한을 제외시켜 시설관리공단이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지난 9월 30일 우선적으로 제물포지하도상가를 대상으로 위탁협약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제물포지하도상가측은 3가지 핵심권한이 제외된 협약서의 내용을 문제 삼아 위탁협약서 체결의 무효화를 주장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인천시의 입장은 99년 8월에 20억원의 시비를 부담해 개보수를 완료했기 때문에 시설관리공단에 직접관리권이 있고, 3가지 핵심권한을 제외시킨 협약도 조례에 어긋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는 99년 8월부터 3년 간 제물포지하도 상가법인과 재위탁계약을 체결했던 것은 잘못이라고 부분적인 행정오류를 인정했다.
결국, 개보수비용을 상가측에서 부담한 13개 상가법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3년 간 재위탁협약을 체결해온 잘못을 시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런데 지난 11월 7일 시설관리공단과 제물포지하도상가가 9월 30일자의 협약을 무효화하고 새로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서는 3가지 핵심권한을 준다는 내용이다.
시비를 들여 개보수를 했기 때문에 시설관리공단에 직접관리권이 있다고 하더니 1개월여가 지난 지금 제물포지하도상가법인에 환원시켜준 것이다. 상황에 따라 조례를 마음대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 인천시의 행정이 일관성없이 흔들리고 있고, 이런 모습을 본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몰라 혼동스러워 하면서 인천시의 숨은 저의가 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에게도 공평해야 하고 투명해야 할 행정이 ‘아니면 말고’식으로 무책임하게 시행되고 있는데 과연 어느 시민이 행정을 신뢰할 수 있는가.
행정오류 및 판단착오로 불거진 피해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배다리나 부평시장지하도상가도 제물포지하도상가와 동일한 형태로 계약이 체결될 것인지, 이런 식으로 과연 지하도상가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 언제까지 지하도상가 상인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관성 없는 행정을 추진할 것인지 묻고 싶다.
지금 인천시 행정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정책을 펴다 ‘안되면 법대로’, 혹은 ‘아니면 말고’식의 무사안일을 가장 경계해야 할 때다. 행정혼선 및 오류가 임기말로 치닫고 있는 안상수 인천시장의 레임덕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