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숙 경인교대 총장
교원평가제의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원평가제 시범 운영을 강행키로 하자 교원단체들은 이에 극력 반대하며 교육부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연가투쟁을 포함한 가두집회를 열어 이를 저지하겠다고 나서고 있고, 반면에 학부모단체나 시민모임에서는 교원평가제의 수용과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는 성명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양쪽의 주장을 들어보면 각각의 입장에 논리가 있는 것 같고 모두 다 학생을 위하고 교육을 걱정하는 충정이 가득한 것처럼 들인다. 그런데 모두 교육을 잘 하자고 하는 주장이라는데 왜 서로 목소리가 다른 것일까? 참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학생들을 바르게 잘 교육하기 위해서는 서로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할 교사와 학부모 집단이 서로의 입장과 권리 주장을 교육이라는 미사여구로 포장하여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교원평가제도가 마치 평가하는 사람과 평가받는 사람 간의 권력관계로 이해되고 서로간의 힘겨루기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서서 우려스럽기까지 한 일이다.
교육평가는 본래 교육을 평가하는 것이지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시험을 보는 것은 그들이 더 잘 배우고 공부하도록 정보를 주고 동기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지, 잘난 아이와 못난 아이를 갈라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교원평가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교사들로 하여금 더 잘 가르치도록 자극하고 격려하고자 하는 평가가 되어야지, 교사를 서열화하고 무능교사를 퇴출시키는 등 교사를 무력화시키는 도구로 교원평가가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교원평가제는 처음부터 평가의 본질을 잃지 않도록 하려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교사의 직업을 전문직으로 분류한다. 전문직의 특징은 자율성과 책무성에 있다고 본다. 전문직 종사자는 외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자기 자신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고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전문직에는 일정한 윤리와 규범이 있어서 자신의 불편함과 희생을 감수하고 스스로 그 룰을 지킴으로서 사회적 존경을 얻는다. 전문직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하여 끊임없이 성찰하고 반성하여 계속적인 자기 혁신의 노력을 요구받는 직업이다. 이러한 자율과 책무를 다하지 못할 때 교직은 전문직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제도나 기득권에 안주하는 ‘철밥통’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직단체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개혁과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 교육의 권위적인 풍토를 바꾸고 민주화하는 일에 앞장서 왔으며, 교직여건의 개선을 위해서도 많은 공헌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직단체는 교직사회 스스로의 자기성찰적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교사들의 권익과 교육여건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교사집단 스스로도 자기 살을 깍는 아픔을 감내하고 있음을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스스로의 엄격한 규율과 자정의 노력을 통한 자기 개혁이 있을 때 교직은 전문직으로 대우받게 되고, 교직단체는 단지 교사들의 이익 추구를 위한 이기적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원단체는 교원평가제를 일방적으로 반대하기보다 한걸음 물러서서 교원평가가 보다 교육적이고 자율적인 체제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학부모들도 우리 교육의 한 주체로서 평가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일부 학부모들의 잘못된 치맛바람이나 삐뚤어진 교육열이 우리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한 원인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를 불신하고 비하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교사라도 좋은 교육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은 인식하여야 한다.
교원평가제에 대해 교직단체와 학부모단체 간에 원만한 대화와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