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병선 교육평론가, 문학박사
교원평가를 둘러싼 교원단체와 당국간의 최종협상이 결렬되고 말았다. 좋은 교육해보자고 하는 일인데도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결국 모양새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교육부가 조만간 전국의 48개 초·중·고를 대상으로 시범평가를 강행하기로 하였고, 이에 교원단체들은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애꿎은 학생들이 또다시 볼모 아닌 볼모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학생들의 학습권은 다시 위협받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일부 교원단체들의 교원평가 백지화나 거부는 매우 무책임하고 명분 없는 일이다. 이미 교육인적자원부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 80.4%에 가까운 국민들이 교원평가를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면 국민적 지탄을 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의 미래가 진정 걱정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묵묵히 교육에 전념했던 선생님들도 있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교육계의 비리와 비교육적 사건들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안타까워했고 교육계가 새로이 거듭나야 한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주문해 왔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교육 실패의 모든 책임을 교사들이 전적으로 질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그것이 교원평가를 거부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설령, 주장대로 그렇다고 해도 결국 교원평가의 목적은 이제부터라도 좀더 나은 양질의 교육을 해보자고 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교원평가는 교육 부실의 책임이 어디에 있든, 지금 그 책임 소재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 아닌, 미래로 나가자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평가라는 제도적 장치이다.
이제 교사들은 교원평가가 추락한 교육계의 신뢰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에 떳떳하게 평가에 임해줄 것을 권하고 싶다. 과거 교직사회가 불신을 받아왔던 중요한 이유가 제도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일차적으로 교사들의 무사안일도 깊은 관련성이 있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제도적인 문제를 거론하기에 앞서 교사들의 도덕성 문제와 교육력 제고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떠올리게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원인을 교사 자신에게서 먼저 찾아보고자 하는 자성적 노력이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미 언급되었듯이, 교원평가는 국민들의 여망이다. 교사들은 이런 여망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원하는 새로운 교육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가르친다면 평가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정작 두려워하고 경계해야 할 것은 교직사회 내부의 비민주적 요소와 문제점들을 털어내지 못하는 온정주의와 현실안주이다.
교사들은 교원평가가 당장 몇 명의 부적격 교사를 가리자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교직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긴장감을 불어넣어 교육력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일 뿐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거부는 곧 지금까지 해왔고 보여주었던 과거의 모습을 고집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의미에서 이제 교사들도 교원평가의 문제를 대승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될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교원평가를 교육발전의 새로운 초석과 전기로 삼아야 한다. 분명 우리교육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