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석 인천대 석좌교수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외국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2020년까지 단지 조성에만 14조원 이상을 투입해서 ‘국제기업도시’를 만드는 초대형 국가사업이다. 국제적 수준의 기업환경과 생활환경을 갖춘 기업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 돈, 제도 그리고 효율적인 조직,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빈틈없는 협력이 필요하다. 이 중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국제기업도시 건설은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재경부가 발표한 대로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는 2008년에 인천경제자유구역이 국제 첨단도시로 변모하여 동북아의 경제, 물류 중심’이 되려면 부지 조성과 기반시설 완비에 시간과 돈이 집중돼야 한다. 앞으로 2-3 동안 10조원 이상을 투입하지 않으면 기업유치는 물론 동북아 경제 중심의 꿈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관건은 재원의 46%와 21%를 각각 분담해야 하는 인천시와 정부의 협력이다.
이런 절박한 시점에 재경부 주도로 경제청의 특별지자체 전환이 추진되고 있어 중앙 정부와 인천시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발단은 외국기업 유치 부진과 개발 속도 지연이 경제청 조직 탓이라면서 재경부가 경제청을 인천시 산하에서 떼어내려는 데서 시작된 것이다.
물론 기대와는 달리 경제자유구역의 건설은 더디고, 외국기업은 보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다가 아파트만 들어서고 있어 국내용 특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정부나 인천시가 과연 경제특구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하는 시민도 한 둘이 아니다. 분명히 경제자유구역의 추진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이다. 하지만 특히 언론과 학계에 퍼져 있는 이 같은 부정적 여론이 재경부의 경제청 중앙 이관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의 실적 과욕에도 문제가 있다. 개청 이후 지금까지 총 17건에 166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 성과를 올렸다고 하지만, 실제로 투자 계약이 이루어 진 것은 몇 건에 불과하며, 그것도 개청 이전부터 추진된 것이어서 경제청의 성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발표는 무성한데 내용은 빈약하다는 여론이 경제청의 조직이나 인천시의 역량 문제로 비쳐질 경우 경제청의 조직 전환에 빌미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경제청 이관 논란은 인천시 스스로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의 문제가 전적으로 인천시의 역랑 부족이나, 경제청 조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재경부의 진단은 옳다고 할 수 없다. 우선 기업 유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당장 기업들에게 제공할 마땅한 땅이 없다는 데 있다. 투자 유치를 못해서가 아니라, 투자하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송도나 청라에 가용 용지를 확보하려면 앞으로도 3-4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경제청을 중앙으로 이관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재경부의 처방 역시 그릇된 것이다. 잘못된 진단과 그릇된 처방은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고, 때로는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 이 점이 경제청의 중앙 이관을 반대하는 이유이다.
지금은 정부와 인천시가 힘을 합해 단지 조성과 기반시설 정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이다. 기업 유치는 그 다음 과제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동북아의 경제, 물류 중심으로 육성하려면 밤낮을 단지 건설에 매달려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거기다가 재원 확보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 2년간 인천시는 20여 차례나 정부에 재정지원을 요청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 같은 정부의 침묵 내지 냉담이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이 지연되는 가장 큰 원인이다.
경제청 이관 문제로 정부와 인천시가 갈등을 빚기보다 경제자유구역을 성공시킬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지혜를 모으도록 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조직이 아니라 촉박한 시간, 부족한 재원, 허술한 제도이다. 실적 과욕도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 경제 중심의 기치와 현실이 왜 엇갈리고 있는지를 철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경제청 이관 논란이 경제자유구역 사업에 새로운 촉매제가 되도록 양측 모두 실용 정신을 발휘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