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식  특허청 화학생명공학심사국장
2015년. 이 해는 우리나라의 국운이 결정되는 해가 될 것 같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 매년 5%의 경제성장을 한다고 단순히 가정하면 2015년에는 선진국 소득수준이라는 3만달러대에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IMF 외환위기, 급격한 경제구조 조정 등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니 가슴 벅차기까지 하다.
그러면 2015년에는 정말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국내외 여건이 과연 우리에게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느냐는 물음이다. 2015년경 우리에게 닥쳐올 모습을 생각해 보자.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 우리는 꼼짝없이 노령사회가 된다.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전체인구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성장잠재력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그리고 이때쯤이면 통일비용 문제도 또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세계 흐름은 어떠한가. 국가간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은 2015년까지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모두 철폐하고 이를 WTO에 제기하여 세계규범으로 확립시킬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관세철폐 노력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은 미국 시장으로의 접근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게다가 작년부터 형성된 높은 에너지가격은 자원빈국인 우리의 사정을 더욱 어렵게 한다. 생각하건대 시간이 마냥 우리편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2015년, 이 해는 아마도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시한이라 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관세철폐 움직임에서 보듯이 미국이 국가간의 경쟁을 촉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한경쟁을 세계시장에서의 규범으로 만들고 압도적인 국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경제를 제패하여 팍스아메리카(Pax America)의 토대를 굳건히 하고자 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을 법하나, 여하튼 국가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왔다고 생각된다. 국가경쟁력의 근간은 기술과 같은 창의적인 지식이고, 미국은 그간 지식의 창출과 보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IT, BT, NT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 생명공학기술, 나노기술과 같은 첨단기술분야에 있어 미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발전을 이뤘다.정보통신기술의 경우 1990년대 후반 이후 성장의 엔진으로 작용했으며, 생명공학기술의 경우 이미 세계 바이오시장의 43%를 점유하고 있다. 또한 21세기 기술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나노기술에 있어서도 국가차원에서 2015년까지 실용화할 106개 과제를 선정하여 집중 투자하고 있어, 올해 미국 정부의 나노기술에 대한 지원은 11억달러에 이른다. IT, BT 강국에 이어 NT 강국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이러한 지식을 보호해주는 제도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건국 초부터 시작된 지식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재산권으로 인정해 주는 프로패턴트(Pro-Patent) 정책을 계속 발전시켜 지식강국의 터전을 굳건히 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21세기는 기술전쟁 시대이다. 관세가 철폐되어 세계시장이 단일화되면 더욱 그러하다. 결국 미래 우리의 생존을 위해 차세대 성장엔진인 우수한 기술의 창출과 활용, 지식대국의 건설은 우리 모두가 팔 걷고 나서서 이끌어 내야 할 국가적 과제인 것이다.
2015년을 목표로 세계 초일류 지식대국 건설을 위한 범국가적인 노력을 결집해야 하겠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기술혁신지원시스템과 더불어 지식재산지원시스템을 정비하여 지식재산의 창출과 활용을 활성화해야 한다. 우선 18개월이나 소요되는 특허심사기간을 대폭 단축해야 한다. 날로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기술수명은 점차 짧아지는데 늑장 행정이 기술혁신 노력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특허된 기술이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기술평가와 기술거래가 원활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여 잠자는 특허를 활용하고 현재 11% 수준에 머무는 특허기술의 상업적 성공률을 대폭 높여야 한다. 또한 지식재산의 창출 기반을 꾸준히 확충하여야 한다. 중소기업, 학생, 여성의 발명 노력을 지원하고 장려하는 한편 직무발명에 대한 적절한 보상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2015년.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비해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국민은 지식재산의 창출과 활용을 왕성히 하고 정부는 이를 제대로 뒷받침할 때 우리는 21세기 선진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