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힘입어 신자유주의 물결이 높게 일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리해고와 노조탄압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내 대기업 사업장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코닝 수원공장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이 그렇다.
지난달 28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용역직원들이 비정규직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기아자동차 원청은 비정규직 노조 간부와 조합원 등 31명을 형사고발조치했다. 또 하청업체 가운데 비정규직 노조원이 가장 많은 신성물류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명백히 노조를 탄압하는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7시40분쯤 삼성코닝 수원공장 정문 앞. 삼성코닝 비정규직 삼신(주) 소속 노동자 30여명이 출근을 제지당한 채 항의하고 있었다. 이들은 IMF 당시 삼성코닝에 있다가 일방적으로 회사가 분리되면서 비정규직화됐다. 이들 가운데는 10∼20여년 동안 삼성의 가족으로 일한 사람들이 많다. 삼성은 이들의 정리해고를 강행했다. 하루 아침에 거리로 내몰릴 판이다.
이들은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한국경제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수출시장이 줄고 경쟁에서 밀리면서 대기업은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한마디로 돈 많이 벌고 인력은 별로 안드는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쓸모가 없게 됐다.
세계의 대기업들도 비슷한 일을 겪거나 겪고 있다. 필립스도 그랬다. 하지만 우리 대기업처럼 일방적으로 노동자를 정리해고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있고 회사가 있지 회사가 있고 사람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이 인권을 지키는 일이라는 상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970년 11월13일 청년 전태일은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고 외치면서 자신을 불태웠다. 그 뒤로 35년이 지났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 자신들이 기계나 소모품으로 이용당하고 버려진다고 말한다. 시대는 변했고 사회적인 인식과 의식은 바뀌었다. 하지만 아직도 노동3권은 노동현장에서 묘연한 얘기처럼 들린다. 네가 당하면 당연하고 내가 당하면 억울한 일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아직도 곳곳에 있다. ‘파리의 택시운전사’였던 홍세화씨가 프랑스 사회를 보고 느낀 것처럼 이제 ‘존재냐 소유냐’를 곰씹어 볼만한 때가 아닌가 싶다. /김경호기자(블로그)k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