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뉘른베르크는 중세 독일의 대표적인 도시로 알려져 있다. 나치 독일 당시에는 히틀러로 상징되는 나치당의 본부가 위치했던 곳 이었기 때문에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전범(戰犯) 재판이 열린 곳으로도 유명하다. 통일된 독일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며 첨단 산업을 위시한 각종 제조업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특히 연말이 되면 뉘른베르크의 성당 앞 광장은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려 독일 각지에서는 물론 전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중세 독일의 중심도시로써 볼거리도 많지만 크리스마스 계절의 시장 풍경은 유럽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충분하다. 뉘른베르크의 중앙역에서부터 성당 광장까지 1킬로미터가 넘는 번화가는 자동차가 다닐 수 없게 되어 있다. 크고 작은 가게들과 식당들이 줄지어 있는 도시 중심부의 대로(大路)이지만 자동차 진입이 금지되어 있어 보행자들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관광과 쇼핑을 즐기기도 한다. 도심부 대로를 보행자 우선 지역으로 제한하고 자동차를 진입할 수 없게 하는 데는 시(市) 당국과 주민들 간에 합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뉘른베르크 도심부에 사무실이나 점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불편을 참아가면서 보행자 전용 거리를 만드는데 협조하고 있다. 크게 그리고 길게 보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동차 없는 쾌적한 거리환경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 장사도 잘되고 공해도 없앨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현지 주민들이나 시 당국자는 잘 알고 있다.
이 같은 보행자 전용 도로나 지역을 설정해 놓고 자동차가 드나들 수 없게 해 놓은 곳은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의 리용,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이탈리아의 밀라노 같은 도시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유럽의 도시들은 자동차 없는 거리를 지정해 놓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대도시의 상점가나 연쇄점 지역에는 자동차 진입이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많이 만들어 배기가스 공해를 줄이고 보행 환경을 쾌적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유럽이나 일본의 대도시들이 자동차 진입을 금지시키고 보행자 전용 구역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지하철 같은 대중 교통 수단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보행자 전용지역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구태여 자동차를 타고 오지 않더라도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날로 쇠락해 가는 인천의 구도심부를 보면 자동차 주차시설도 빈약할 뿐 더러 지하철 노선도 연결되어 있지 않아 시민들이 찾아오기가 점점 어려워 지고 있는 실정이다. 구도심 지역에서는 인천 항구의 정취(情趣)를 느낄만한 곳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 자유공원에 올라서 보이는 인천항구의 정경은 쇳가루 먼지가 나는 고철(古鐵)등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원자재들을 하역하는 모습이 고작이다. 이제부터라도 인천의 제 모습을 찾고 구도심부를 사람들이 즐겨 찾아올 수 있게 만들려면 도심부에 근접한 항구의 기능을 여객선과 공해 없는 화물을 취급하는 지역으로 바꾸는 과감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하겠다.
앞으로 인천시 당국이 계획 중인 지하철 노선도 반드시 구도심을 통과하도록 함으로써 기존의 경인전철의 복복선공사 완료가 함께 구도심 진입을 수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제3의 도시로 부상한 인천이라는 대도시의 균형적인 발전과 도시미관을 위해서 구도심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일부 계획이 실천 단계에 들어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유럽이나 일본의 도시들처럼 구도심 지역(특히 신포동, 내동, 경동 일대)을 자동차 없는 보행자들을 위한 안락한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하철 노선을 끌어들이고 기존 경인전철의 종점인 인천역에서 항만지역을 통과하여 송도-연수 쪽으로 연장하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하겠다. 지하철 추가 건설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인천의 구도심부가 또다시 노선 망에서 배제된다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구도심의 미래는 절망적일 수 밖에 없다고 단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