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법회 연수중 교장, 한글학회정회원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선진국 수준보다도 높은 편이다. 예전에 돈이 없어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학부모들이 자식을 키우면서 나는 못 배웠지만 우리 자식은 잘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교육열을 더욱 높였다고도 할 수 있다.
세계에서도 손꼽힐만한 교육열이 우리가 이만큼 잘 살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고 인재 양성과 나라 발전에 이바지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열이 점점 과열되어 내 자식만은 꼭 대학에 보내 출세시켜야겠다는 의욕이 왕성하다보니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도 나타났다.
학교 공부로 부족하여 학원 공부를 시키고, 더 여유 있는 사람은 집으로 가정 교사를 들여 ‘과외 공부’를 시킨다. 학교 공부 이외에 집에서 독선생을 앉혀 공부시키는 것을 줄여서 ‘과외’라는 말로 통한다. 따지고 보면 ‘과외’라는 말이 ‘과외공부’의 준말이라 하더라도 정상적인 우리말이라고 보기 어렵다. 마치 외래어 ‘슈퍼마켓’을 줄여서 ‘슈퍼’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런데 한 술 더 떠서 근래엔 ‘족집게 과외’라는 말도 생겨났다. 어느 날 저녁 텔레비전 뉴스에 ‘족집게 과외’ 교사를 사칭해 학부모로부터 수억 원을 뜯어낸 20대 대학 중퇴생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언제부터 어떤 연유로 ‘족집게 과외’라는 말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다.
‘족집게’란 본디 주로 잔털이나 가시 따위를 뽑는데 쓰는 작은 기구로 쇠로 만든 집게이다. 여기서 확대된 의미로는 ‘어떤 사실을 정확하게 지적하여 내거나 잘 알아맞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예부터 써 오는 말에 ‘족집게 장님’이란 말이 있다. 이것은 길흉을 점칠 때 남의 지난 일을 족집게로 꼭꼭 집어내듯 잘 알아맞히는 장님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까 ‘족집게 과외’ 선생이란 대학수학능력 시험이나 논술 고사의 문제를 ‘족집게’로 집어내듯이 알아맞혀 가르치는 사람을 뜻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부정한 방법이거나 신이 아니고서는 ‘족집게 과외’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여기서 ‘족집게’의 발음은 [족찝께]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보통 맨 앞소리 ‘족’도 된소리를 내어 [쪽찝께]라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발음이다. 표기도 ‘쪽집게’, ‘쪽찝게’, ‘족집개’, ‘쪽찝개’ 등 다양한데 ‘족집게’로 적어야 맞는다.
‘족집게 과외’ 선생이라고 사기를 치는 사람도 나쁘지만 요즘같이 약아빠진 세상에 이를 믿고 큰돈을 미리 내주는 학부모들도 정신차려야 할 때다.
듣기에도 이상야릇한 ‘족집게 과외’란 말도 자연스럽게 사라져야 사교육비도 절감되고 우리말도 깨끗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