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만 국가청렴위원회 공보관
기자생활 하다가 정책홍보 전문가로 국가공무원이 된 지 8개월째다. 올 1월초 국가청렴위원회 개방형 직위 공채로 임용됐다. 정책홍보직에 민간전문가가 공채된 간부(서기관급 이상)는 국회 국방부 청렴위 등 30 여명에 이른다. 대개 종전 직업이 필자처럼 십수년간 기자와 홍보대행인 생활을 해 본 경력자들이다. 이들이 국록을 먹으면서 겪는 민(民)과 관(官)간의 경쟁력 느낌은 어떨까. 지난 6월과 9월 말경 두어 번에 걸쳐 열린 ‘정책홍보 관계관 워크숍’과 ‘정책홍보 책임자 청와대 간담회’를 통해 나타난 공통된 견해는 일반의 시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즉 ‘공직은 민간보다 생산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우선, 업무 효율성과 추진력에서 민간 부문이 많이 앞서는 것 같다. 올 6월 워크숍에서 강연을 한 중앙부처 정무직 간부는 ‘공직의 업무 효율을 민간의 30%’로 보았다. 예를 들면 민간기업의 직원이 창구에서 상품을 하루에 열개 판다면 공직자는 3개 밖에 못 판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신규 임용된 민간전문가들이 종전에 하던 일 절반(50%)만 해도 공직사회에서 대우 받는다’는 말을 아주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달 들어 실시되고 있는 국정감사에서도 공직사회의 무사안일한‘철밥통’근성과 비능률이 많이 지적되었다. 공보 업무를 수행하면서 각 부처 관계자들과 업무 협의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도 한 정무직 관료의‘30% 수준론’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다음으로, 연공서열 중시에서 오는 인사 폐단도 꽤 보인다. 어느 공공기관이든 정책입안이 팀장 및 과장급에서 많이 이뤄진다. 그런데 이 자리가 업무능력이나 개인적 소양이 세밀하고 충분하게 검증되지 않은 채 고참 순, 친소관계, 연고 등에 의해 채워지는 경우가 없어지지 않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일부에서 능력 위주의 인사발탁이 시도되고 있다. 이는 당연하다. 능력에 따라 검증된 인재의 보직이 보장되는 풍토가 하루빨리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셋째, 각종 문서처리에서도 후진성이 도출된다. 내부 전산망(인트라넷)의 공지에만 올려도 되거나 한 통의 전화 이메일로도 가능한 내부업무를 종이문서를 주고받아 캐비넷에 관리하는 게 적지 않은 것 같다. 회의참석, 교육차출, 인사이동, 협조연락 등 별로 중요하지 않는 문서가 그렇다. 문서처리의 디지털화 선진화가 시급하다. 엑셀교육같은 인터넷 및 컴퓨터 활용교육을 대폭 늘려 매년 의무적으로 이수하는 것도 웹맹과 컴맹 축소의 한 방안이다. 웹과 컴퓨터 활용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사이버 세상에 정책 품질을 제고하는데 매우 긴요하다. 신규 임용시험에서도 행정 법조문 못지않게 실무에 필요한 웹활용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이는 장차 정부 기록물 관리에도 필수다.
넷째, 창의력이 권장되기보다는 관행에 의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서 기안의 낡은 형식, 상사에 대한 지나친 과잉 격식, 시키지 않으면 하지 않는 복지부동 자세, 혁신 캠페인의 수동적 참여 등이 그렇다. 열심히 일한 자는 본의 아닌 실수로 낙인찍혀 밀려나고 무사안일로 연명하는 자가 승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민간에서 지적하는 공직의 생산성 저조를 함께 고쳐 나가자는 제안이다. 이미 언급한 대로 우선 눈에 보이는 낡은 관행부터 하나씩 고쳐 보자. 이를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이 문제점을 진단하고 함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식 사고나 무능한 상사가 시키는 일에만 충성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물이 고이면 썩고 변화하지 않으면 퇴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