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율정 인천보훈지청장
우리 사회가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여러 가지 변모를 겪고 있음을 적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그로 인한 수많은 현상 가운데 발전적인 것이 아닌 문제점을 안고 있는 기저에는 자신과 집단의 권리 주장을 넘어서 이기주의 지경까지 이르고, 책임은 회피하는 경향이 남발하고 있다. 그 가운에 하나가 흔히 간과할 수 있지만 공식행사에서 국민의례 가운데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이다. 언제부터인지 ‘묵념’에 대해서 소홀하게 여긴 나머지 생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을 본인이 이곳 인천일보 칼럼을 통해서 지적한 것이 거의 1년이 되었다.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게 된 계기는 작년 10월 15일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40주년 인천시민의 날 공식 행사에 묵념이 없었다. 인천광역시 자체 행사로는 가장 큰 공식 행사에 묵념이 없을 정도라면 다른 행사에 더 무엇을 말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고맙게도 시장님을 비롯한 많은 기관장님들의 협조로 묵념이 서서히 실시되고 있다. 심지어는 인천의 공공기관과 사회단체장 모임인 인화회에서도 매월 정례 모임에서 실시되는 것을 보면서 한없이 고마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처럼 호응을 해 주고 있는 이면에는 너무 오랫동안 이미 관심 밖으로 된 ‘묵념’을 다시 활성화하기에는 한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사실을 여전히 실감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달의 7호선 연장 기공식과 학익 하수처리장 기공식 행사 이전에 우리 보훈청에서 담당 부서에 연락을 해서 묵념을 실시토록 협조를 구했지만 실시되지 않았다.
작년 11월 11일 송도국제도시 컨벤션 센터 기공식이 국내 손님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역시 그 때에도 묵념 행사는 없었다. 그런데 포스코와 함께 시행 주간사 회사인 Gale의 스탄 게일 (Stan Gale)회장은 우리 모두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본인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 날은 제1차 세계대전이 종전한 날로서 유럽에서는 현충일 (Remembrance Day) 로, 미국은 제대군인의 날 (Veterans Day) 로 기념하고 있다. 한국전쟁 참전유공자를 선친으로 두고 있는 게일 회장은 그의 메시지에서 “오늘 1차 세계대전이 종전한 현충일에 기공식을 갖게 된 것을 소중하게 생각 한다” 는 뜻을 전하였다. 그 말을 들으면서 우리는 마치 묵념이 무슨 제사나 되는 식으로 생각하거나 형식적이고 번잡한 것으로 치부한 나머지 이제는 아예 기억 속에서 애써 지우려는 인상을 받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어서 한편으로 부끄러우면서도 너무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게일 회장과 뜻을 같이 하기라도 하듯 참석한 인사들 가운데는 그 날을 기념하여 자랑스럽게 포피(Poppy)를 패용하였다. 또한 실제적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각종 행사에서 묵념 (Moment of Silence)을 실시하여 오늘의 모습이 있기까지 공헌하고 헌신한 분들에 대해 한없이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하면서 내일을 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가 그간에 별 의미 없게 소홀히 여긴 묵념을 모든 공식 행사에 포함시켜 내부적으로는 국가를 위해서 위대한 공헌과 희생을 하신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겨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서 후세에게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고 외부적으로는 치열한 국제사회에서 정신력 배양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일조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