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구 260만 명을 포용하고 있는 국내 제3의 도시 인천의 중심지는 80년대까지만 해도 중구(中區)일대였다. 인천이 개항하기 전에는 문학과 부평을 중심으로 농경사회를 이루고 있었지만 근대화 물결에 따라 오늘의 인천을 새롭게 태동시킨 곳은 중구일대이며 따라서 터줏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동안 인천시의 확대발전에 따라 과거의 도심부인 중구 일대는 점차 인천의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고 급기야는 상권(商圈)마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감에 따라 공동(空洞)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말았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제법 번창했던 신포시장과 인천 패션의 대표적 거리였던 내동 일대에서 빈 점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인천 토박이 뿐 아니라 인천을 터전 삼아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나날이 퇴색해가는 구도심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한다. 인구 3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도시가 균형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구 도심권의 재개발과 활성화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금년부터 인천광역시 당국과 중구청에서는 구도심 개발사업에 역점을 두고 각종 개발계획과 함께 구도심을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인천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예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동안 중구청에서는 과거 중국인들이 모여 살고 있던 청관(淸館) 활성화를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 왔다. 청관 일대의 중국 음식점과 상점 개업에 인센티브를 주어 이제는 우리나라 유일의 중국촌 모습을 서서히 갖추어가고 있다. 화교학교 벽면에 조성된 삼국지(三國志) 벽화는 규모나 묘사기법이 모두 일류급이고 중구청에서 신포동에 이르는 문화의 거리 조성도 의욕적이며 청관 입구에 세워진 한중문화회관(韓中文化會館)에서는 각종 문화 예술 기획이 계속되고 있다. 열악한 구세(區勢)에서 예산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현실에서 중구를 되살리기 위한 진지한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중구청에서는 또한 과거 관내에 있던 존스톤별장, 세창양행사택, 각국영사관 등을 연차적으로 복원하여 개항도시 인천의 모습을 되살리면서 관광자원화 하겠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중구청 부근에 있는 과거 일본계은행 건물들을 보수하여 테마박물관과 향토사박물관 등으로 활용하면서 옛 창고 건물들을 예술 창작의 근거지로 만들어 종합적인 역사와 문화가 함께 숨쉬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의욕적인 청사진을 펼쳐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시점에서 지난주(10월1일)에 열린 중구 구민의 날 행사는 오랜만에 구도심 중구에서 열린 관(官)과 민(民)이 함께하는 뜻있는 행사였다. 한중문화회관과 파라다이스 인천(옛 오림포스) 호텔 등이 자리잡고 있는 썰렁한 도로를 일시적으로 교통 통제하여 마련된 구민의 날 행사는 동인천 역으로부터의 다채로운 행진과 행사장에서 벌어진 기념행사 및 무대공연으로 이어지면서 모처럼 많은 구민들이 참가하여 축제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구민의날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인천향토사연구회의 ‘옛 인천의 모습을 담은 사진엽서 전시회’와 중국에서 온 장인(匠人)들의 세공솜씨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관람함으로써 앞으로 이 지역의 문화 예술 공연 활동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중구청에서는 매년 신명나는 구민의 날 행사를 통해서 구도심 개발과 활성화 작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 지역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생활하고 이 지역을 아끼고 애착을 갖고 있는 필자로서는 정말 가슴 흐뭇하고 모처럼 보람된 하루였다.
인천시에서도 중구청과 함께 7일부터 10일까지(3일간) 자유공원과 차이나타운(淸館)을 중심으로 인천-중국의 날 문화축제를 벌일 예정으로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8개국이 참가하는 국제 용(龍)춤과 사자춤 대회(7일)가 있는가 하면 인천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공인된 자장면 100주년 축제 등 20여 가지의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낙후된 구도심의 재개발은 건물을 새로 짓고 길을 단장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구민의 날 행사나 韓中 문화축제 같은 알찬 행사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때 구도심의 활성화가 서서히 시작될 것이다. 모처럼 중구에서 마련된 구민의 행사에 참여하여 터줏골 중구의 밝은 미래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