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한 타선을 앞세운 포스트시즌의 강자 한화이글스 이야기가 아니라 그룹을 보는 시각이다. ‘한화’(韓花)는 꽃이 떠오르는 반면 같은 울림에도 ‘한화’(韓火)하면 붙임성이 덜한 느낌이 든다. 하기야 신명나는 불꽃놀이가 있기는 하다만.
국내최대 화약기업 (株)한화가 창업기반이던 인천공장을 오는 14일부로 폐쇄키로 결정함에 따라 이 땅에서 다이너마이트생산의 막이 내려진다.
1952년 설립이후 이웃하면서도 정작 향토기업으로서의 끈끈한 정을 이끌어 내지 못한 아쉬움은 아마도 화약(火藥)물질을 다루는데서 비롯한 본의 아닌 거리감이리라.
그런데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화약을 일컬어 藥이라 할진대 화약만큼이나 인류에 병 주고 약준 대상도 흔치 않으니 말이다.
인류문명에 이바지 한 한편으로 애써 가꾼 문화를 미련 없이 파괴시키기에 주저 않는 두 얼굴의 에너지를 천착하다 보면 그 연장선상에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와 마주친다.
지난 해 북한 용천역 폭발소식을 접하고 77년 이리역 폭발사고가 오버랩 했던 것은 다름 아닌 문제의 불심지가 건설현장에 수송 중이던 한화제품 다이너마이트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알프레드 노벨은 부친이 운영하던 니트로글리세린 (조그마한 자극에도 폭발하는 액체) 생산공장에서 화약연구에 몰두했다. 이 위험천만한 재래폭약을 안전성 높은 다이너마이트로 개량하기까지 동생을 잃는 값진 희생을 치러야 했다.
샹송가수 이브몽땅이 주연한 프랑스영화 ‘공포의 보수’는 유전화재 진화작업에 투입할 니트로글리세린 운반트럭의 행로를 다룬 스릴러물임을 상기하면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노벨은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부와 이름을 떨쳤으나 정작 인류복지를 위한다는 당초의 뜻과 달리 오히려 인류살상을 더욱 부채질한 꼴이 된 터라 만년은 고뇌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아닌게 아니라 고금동서 평화명분을 앞세운 전쟁은 지구도처에 화약 냄새가 거두어지는 날이 없다. 비유하여 칼은 사람 마음먹기 따라 필수연장일 수도 흉기로 둔갑될 수도 있다는 지닌 바 양면성이 핵문제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한반도에서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인류문화복지구현에 공헌한 인사에 주는 노벨상의 의의는 바로 다이너마이트가 남긴 공과를 보전하려는 유지이며 재단은 올 여섯 부문 수상자를 어제부터 차례로 밝혀 나가고 있다.
이 모든 관련사실을 감안할 때 다이너마이트사업을 접고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 등을 통해 기업이미지개선에 거듭나고자 하는 한화는 자신의 요람인 인천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같은 맥락에서 한화는 옛 터전에 기념관을 남긴다 하거니와 자화자찬 홍보의 장(場) 이상 어떤 기념이 될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모름지기 성장기를 음양으로 부축한 인천과의 인연을 잊지 않으려는 충정이 있다면 인천시민을 위한 공감대형성이 우선해야 하는 덕목이다.
종래 시민의 섭한 마음은 인천으로 하여금 외지가 기피하는 공해혐오시설 대상지로 지목하다 이익을 챙기고 나면 한낱 통과, 기류차원서 미련 없이 뜨는 일부기업체의 무례다.
허나 반세기 동안 애환을 더불어 나누다 떠나는 한화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노벨의 공헌 뒤의 겸허한 심정처럼 인천을 거쳐간 무릇 기업이 이점을 타산지역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이회림 회장이 수백억 대 문화재를 시에 기증한 사례처럼 ‘제2의 창업’을 표방하는 김승연체제 또한 차제에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창업정신을 구현해 봄직 하다는 건의다.
듣자하니 한화 인천공장 매각에서 창출되는 이익이 6천200억원 대라 했다. 이중 100분의 1만의 기금만이라도 가칭 ‘한화 다이너마이트 상’을 인천에 남긴다면 그 얼마나 화끈한 기념사업의 단서가 될까 하는 소박한 의견으로 아쉬운 석별의 정으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