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숙자 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장
새로이 제정된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 9월 23일로 1년이 되면서, 법 시행의 성과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 법의 성과를 꼽는다면 우선 성매매도 범죄행위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으며, 성매매 집결지인 집창촌이 크게 위축된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산되었고, 주요 성구매자로 지목되는 군장병의 교육과정에 성매매 예방교육이 포함되었으며 성구매자들에게 성매매 재범방지 교육을 시키는 일명 ‘존 스쿨’이 도입된 것도 성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성매매를 근절시키기 위한 노력이 그동안 성판매자인 여성에 초점이 두어졌던 데에서 성구매자인 남성을 계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이 큰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며칠 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성매매 실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집창촌에서의 성매매가 단속의 눈길을 피해 여전할 뿐만 아니라 사이버 성매매 등 변형된 형태의 성매매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를 입증하듯 경기지방경찰청은 법 시행 1년이 되는 23일에 안양?군포 일대 성매매 알선 3개 조직을 적발하고 알선업자(포주)와 숙박업자 등 20명을 구속하였으며, 성매매여성과 운반책 및 성구매자 등 117명은 불구속 입건하였다. 이들 알선업자는 성매매 집결지 단속을 피해 여관 90여 곳에 성매매 여성을 보내 투숙객과 성관계를 맺게 한 뒤 알선비 등의 명목으로 지난 2년간 1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라고 한다. 변형된 신종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사례이지만, 그래도 이러한 대대적인 적발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성매매 범죄에 대한 정부의 척결의지를 읽을 수 있어 반갑기도 하다.
물론 한편에서는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집결지 주변의 상권이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불만에 가득 찬 보도도 있다.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미장원이나 화장품가게, 세탁소들의 매출이 10% 정도로 줄었다는 하소연이다. 그러나 기존의 ?윤락행위등방지법?에서도 성매매는 단속이 제대로 안 되었을 뿐 불법이기는 마찬가지였으므로 이들은 결국 범법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온 것이기 때문에 상인들을 살리기 위해 성매매를 용인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성매매를 여성노동 영역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성노동 조건의 개선을 위해 정부는 힘써야 한다는 시각인데, 최근에는 성매매 여성들이 성노동자 단체를 결성하여 포주들과 협약을 맺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외국과 같이 이들 단체를 대표하는 여성국회의원이 탄생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는 남녀간의 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남녀간의 성이란 것이 시장에서 사고 파는 물건처럼 상품화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몸의 일부분인 성을 판매해야 하는 여성들의 인권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사회에서 성매매가 사회 곳곳에 만연되기까지 그동안 성매매에 대해 관대했던 것은 성을 구매하는 남성의 입장에서만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까? 성매매는 과연 남성의 본능으로부터 정숙하고 순결한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의 필요악이기 때문에 결코 근절될 수 없는 것인가?
법시행 1년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성매매는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라는 점이다. 또한 성매매는 단순히 법에 의한 단속과 처벌만으로 근절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성을 팔아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여성들에게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도록 가르쳐주고 사회가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며,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품을 사듯이 성구매를 하는 남성들과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여성들에게는 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주는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하다. 실제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4조에는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 성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 함양과 성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성매매 예방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제는 예방교육에 더 힘을 쏟아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