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해외관광과 유학, 연수 열풍이 경상수지의 발목을 잡아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더 깊게 하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가 회복되지 않고 수출마저 부진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렵게 벌어들인 달러를 해외여행과 유학,연수 경비로 헤프게 써버림으로써 서비스수지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중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수지 적자가 무려 18억6천만달러를 기록, 8월 경상수지가 4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서비스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규모로 늘어난 것은 해외여행과 유학,연수 목적의 출국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월간 여행수지 적자규모가 1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행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데도 사치성 해외관광에 열을 올리는 몰지각한 여행객이 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천공항에는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골프가방을 맨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올 상반기중 해외여행객은 477만9천여명으로 작년동기보다 17%가 늘었고 유학, 연수 목적으로 출국한 인원도 20만9천명으로 집계됐다. 1인당 쓴 여행경비가 평균 1천192달러로 우리나라를 여행한 외국인 1인당 경비 891달러와 비교하면 씀씀이가 얼마나 헤픈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경쟁적으로 해외여행에 나서 달러를 헤프게 쓸 형편은 결코 못된다.
 우리 경제는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사회 전반에 걸쳐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설비투자가 부진, 고용없는 저조한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청년실업자가 길에 넘치고 소득이 줄어 든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그럼에도 한편에선 사치성 해외관광이 판을 치니 계층간 위화감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흔들리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는데 경상수지 적자요인이 해외여행 등 비용지출이 급증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여행 자체를 억제하자는 게 아니다. 건전한 해외여행은 권장해 되 분수에 넘치게 '먹고 즐기자'는 식의 해외관광은 자제해야 한다. 내수 활성화가 시급한 현실에서 돈이 해외로 빠져 나가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