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조병 극작가
프로 스포츠와 기업은 구단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프로 야구를 비롯해서 축구, 농구, 배구, 골프 등 기업이 구단을 만들거나 개별적으로 돕고 있다. 선수는 땀과 현실보상으로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것이고, 경기장 관중과 시청자는 흥분과 열광으로 삶의 생기를 얻는다. 동시에 스포츠가 발전하고, 국민건강이 증진되고, 국민 통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국가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기업은 홍보로 이미지를 높여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런 점에서, 아동청소년 공연예술과 기업 사이를 상품 소비자 관계가 아닌 프로 스포츠와 기업의 관계로 설정하면 어떨까.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무시해버릴 수도 있다. 필자 역시 이 제안을 실없는 소리라고 무시해버릴 걱정 때문에 십여 년 이상을 곱씹으면서 미루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엉뚱한 소리가 아니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말이라고 믿게 되어 입 밖에 내는 것이다.
그 이유로, 하나는 장사가 되는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명분이다.
우선 실익으로, 잠재된 아동청소년 관객이 얼마나 많은가! 유아,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의 어린이와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청소년이 모두 대상이 되니 수요는 더할 수 없이 많다.
기업이 아동청소년을 위한 공연예술 프로젝트를 경영하면, 자본과 시장원리로 현실적 성과 즉 이미지 홍보와 재화가 창출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것은 문화예술이 산업이 되는 시대적 변천이기도 하고, 아동청소년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가 확대되어 시장성이 매우 큰데다가 현존하는 아동청소년 연극계가 기반조성은 물론 양질의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는 돈이 있고, 경영 능력이 있다. 더구나 프로 스포츠 단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에 비해 매우 저렴한 예산이면 가능하다. 필자는 얼마 전에 본란에서 인천이 어린이를 위해 시.구립공연단체와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 일이 있다. 물론 그 주장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민간 문화단체나 기업에서 하는 것이 경영과 창조에서 훨씬 효과적이라고 단언한다. 필자는 일반연극에 관여하면서, 국제아동청소년 연극협회 한국본부에도 관심을 가져 서울국제어린이공연예술제 등에서 아동청소년 공연예술의 발전에 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 결과 일반연극은 재화창출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어린이극과 청소년극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데이터로 파악했다.
예를 들어 역대 수상작 중에서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와 ‘엄마! 나 어떻게 태어났어?’는 수백 회 공연에서 객석 점유율이 100% 이상이고, 최근 수상작 ‘하륵 이야기’ 역시 현재 공연이 거듭될수록 관객이 넘치고 있으면서 일본 대만 등 외국으로 초청 혹은 수출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작품들은 제작비를 건지고도 많은 수입이 발생한 경우니까 기업의 목적에 맞는다.
또 하나,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산업을 발전시켜 오면서 문화를 스스로 말살시켜왔다. 초등학교에서 학예회를 빼앗아버리고, 중고등학교에서 예술제를 없애버렸다. 그 결과 어린이의 해맑은 미소와 목소리를 세상이 꼭꼭 가둬버렸다. 그 어린이들이 자라 청소년이 되었는데, 청소년의 열정적 몸짓마저 세상이 꽁꽁 묶어버렸다. 생존을 위한 경제발전이었는데 물질 위주의 사상과 실천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 하는 것을 우리는 지금에야 자각하고 있다. 우리가 가둬버린 어린이의 변형된 성장과 묶어버린 청소년의 변형된 분출에서 위기를 알아채고 있으니 얼마나 무지한가.
이제 필요한 것은 보조나 지원이 아닌 투자이다. 아동청소년의 미래, 기업의 미래를 위해 산업으로 선택해서 기반조성과 인재양성 그리고 경영을 해야 한다. 혹 기존 문화예술인들이 상업화를 우려해서 반대할 수도 있지만, 이 작업이 도덕적 책임만 버리지 않는다면 아동청소년들이 지니고 있는 순수와 창조에 현재와 미래를 열어주면서 기업은 실익과 명분을 얻는 사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