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퇴행성질환의 증가와 건강보험의 역할
임 준 가천의과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흔히 만성퇴행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 건강습관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3년만 보더라도 전체 사망의 26.2%가 암으로 사망했고, 24.5%가 순환기질환으로 사망했을 정도로 만성퇴행성질환에 의한 사망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급성기질환에서 만성퇴행성질환으로 상병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건강보험의 급여비 지출도 고속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2002년 13조8천억원이었던 보험진료비 총액이 2003년에 이르러 15조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전년 대비 10.9%가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경향은 노인인구의 증가 경향과 맞물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급속한 재편을 가져올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급성기병원 중심의 의료공급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견된다. OECD 국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장기요양시설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급속하게 커질 것이고 장기요양보험 등 미래의 보건의료수요 증가에 대비한 재원 마련이 보건의료 문제에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도 이에 대비하여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를 신설하고 다각적인 준비를 계획하고 있다.
미래의 보건의료환경의 변화는 건강보험에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진료비에 대한 사회적 조절이 가능하기 위해서 새로운 진료비지불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공급자와 새로운 관계 형성을 요구받고 있다. 건강보험과 의료기관이 갈등 지향적 관계가 아닌 공존과 상생의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가입자 관계에서 건강보험의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과거 보험료 징수기관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가입자 건강관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기능 설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건강보험이 가입자인 국민의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것은 보험자로서 가입자에게 제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에 해당한다. 따라서 가입자 건강관리를 위한 예방서비스의 제공은 원리적으로 건강보험의 기본 업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상당수의 질병이 만성퇴행성질환으로 생활습관의 개선과 건강실천을 통해 예방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일단 질병이 발생하면 원상 회복이 불가능하고 막대한 진료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사전에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생활실천을 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이 지원하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편익 뿐 아니라 사회적 편익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한 ‘건강생활 실천을 위한 2004 건강걷기대회’는 매우 실천적인 의미를 갖는 행사라 할 수 있다. 이번 행사는 사업 자체의 성공 여부도 중요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 건강 향상을 위한 활동에서 중요한 자원이자 조직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기존에도 건강생활실천 사업이 진행되긴 하였지만, 지금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가입자 및 국민의 건강향상이라는 목표 하에서 체계적으로 가입자 건강관리를 기획하고 배치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번 행사가 과거와 같이 일회적인 사업으로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주민의 건강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연계될 수 있도록 사업 이후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건강걷기대회의 성공을 기원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힘찬 발걸음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