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자치단체 행정성적/ 최순자 인하대 교수 (생명화학공학)
행정자치부가 지난 10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행자위) 소속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와 유 의원 측의 분석에 따르면 행정자치부가 16개 광역시도를 상대로 실시한 2003년도 행정성적에서 경상북도가 1위, 그 다음으로 충청북도와 전라남도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으며, 서울시가 12위, 전북, 대구 및 경기도가 각각 13, 14 및 15위, 그리고 인천시가 16위로 최하위를 차지했다고 보도되었다. 이번 평가는 일반행정 주민복지 여성 지역경제 지역개발 환경관리 등 6개 부문에 대하여 이루어졌는데, 이렇게 도지역이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에 특별 광역시 등의 평점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행자부는 이와 같은 결과를 토대로 점수가 높은 지자체에 예산을 더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는 인구 260만에 1년 예산액 3조 7천억원인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로 커다란 광역시이다. 고대 삼국시대 백제의 미추홀, 고구려 때에는 매소홀현이라는 이름에서 통일신라 경덕왕 16년에는 소성현으로 개칭되었던 인천은 고려시대 숙종 때에 소성현이 경원군으로 승격되었으며, 다시 인종 때에 인주로, 공양왕 2년에 경원부로 승격하였다가 조선시대인 1413년 태종 13년에 이르러 인천군으로 개편되었으며, 1430년 세조 6년에는 인천도호부로 승격한 역사적인 지역이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인천이 ‘지방자치단체 종합평가’ 컨테스트에서 최하위를 한 것이다. 단순히 생각할 때에 특별 광역시는 밀집된 인구로 인해 6개 부문 지표가 도지역의 그것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도심지역으로 갈수록 인구밀도가 높아지므로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작은 지방보다 환경관리가 더 열악할 것은 예상되지만, 260만 명의 시민이 사는 도심에 제대로 된 공원 하나 없고 자유공원과 만수공원이 고작 인천시를 대표하는 쉼터이니 인천에 무슨 주민복지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1960대 인천은 굴뚝산업의 대표 도시로 산업성장의 메카였으나,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불어 닥친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침체된 인천지역의 빈약한 경제는 지역개발 또한 빈약하게 만든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격적 지자제의 실시는 공무원 사회의 정체성을 유발하였고, 이는 곧 시의 행정력 상실을 가져왔으며, 인천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에 대한 정책 또한 아무런 활력이 없다. 미국 50개 주에서 미국국민이 희망하는 가장 살기 좋은 지역 10개 중에서 3개가 오레건 주에 있다는 것은 인간의 삶의 질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16개 광역 시도 중에서 인천시의 행정능력이 최하위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인천시민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나 시가 해야할 일은 제쳐두고 ‘환경관리‘는 우리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다. 길모퉁이나, 특히 연립주택이나 다대세 주택이 즐비한 주변을 둘러보면 길모퉁이마다 쌓인 쓰레기 봉투에 포장되지 않은 쓰레기더미, 사용하던 침대, 이불, 베개 등. 이런 것을 버리고 간 사람들의 양심은 그 쓰레기만큼 길가에서 나 뒹굴고, 그 광경은 바로 우리가 행자부로부터 받은 인천시의 행정성적과 일치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현실을 직시하고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인천이 우리나라 광역시도 중에서 최하위 삶의 지표를 나타내는 도시로 영원히 전락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결과에 대한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여, 인천시가 평가받은 불명예를 깨끗이 씻어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이에 대한 대처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인천시는 이를 위하여 이번 평가에 사용된 각 항목에 대한 평가 결과를 분석하고 상대적 위치를 확인하여, 취약점 중에서 인천시와 시민의 노력으로 보완할 수 있는 실천사항을 선정하며, 강점 중에서도 더 보강할 수 있는 방안을 설정한 후, 그 실현을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인천의 행정능력이 향상되는 그 날까지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