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철 전 연수구청장
너는 너대로 삶을 보고 나는 나대로 삶을 이야기한다는 말처럼 어떤 사물을 보는 눈은 보는 시각과 그 시점의 환경에 따라 달리 보이게 되어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행위도 누구에게는 진실된 행위로 또 다른 사람에게는 거짓된 위선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진실은 행위의 당사자만이 알고 있는 고유의 영역으로 상대방이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두사람 이상이 관련된 사실에는 그런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 양심이 홀로 가치를 매기는 개인적인 것이라면 상대방이 있는 행위는 이미 비밀이 아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실에 관한 것은 증거가 있건 없건 속여서도 안되고 속일 수도 없어야 한다.
지금 인천시민 모두는 시장의 굴비사건으로 인해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거액의 현금을 놓고 가는 바람에 클린센터에 맡겼다는 신선하고 의로운 행위가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은 시점과 경위가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준 것과 받은 사실은 확인이 되었지만 받은 시점과 그에 관련된 여러가지 사실들의 진술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복되는 부인과 시인으로 인해 시민들이 느끼는 정서는 혼란스럽고 기만을 당하고 있다고까지 여기는 것이다. 분명히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그 거짓말의 단초를 시장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것으로 많은 시민들이 생각하고 있다.
서경의 홍범에 보면 정책을 집행하는 자가 가져야 할 덕이 세가지 있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정직이다.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덕목은 어떤 사실 (자기가 행한)에 대한 정직함일 것이다. 공자는 재주있게 말을 둘러대는 자는 의를 상하게 할까 염려하였고 언변만 좋은 이는 그가 신용을 어지럽힐까 염려하였다. 우리는 항상 정직하고 겸손한 시장을 원한다. 그리고 안시장은 지금까지 그래왔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만약에 시장이 클린센터에 돈을 맡겼다는 마지막 결과만을 가지고 청렴과 선행을 인정받으려 든다면 큰 과오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어떤 행위든 결과보다 과정이 더 옳아야 한다. 그리고 결과가 좋다면 과정도 좋아야 한다.
시민들은 그러한 불미스러운 일들이 어떻게 어떤 이유로 발생했는지 그리고 왜 시장이 말을 바꾸며 신뢰를 스스로 잃고 있는지에 대하여 심한 의구심을 느끼고 있으며 확실한 전말을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반성할 부분이 있다면 깊이 자숙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가증스럽게도 업자가 상황을 조작하고 위증을 하고 있다면 그 이유를 분명히 밝혀 엄중히 조치하여야 한다. 그것이 시민들의 여론이다. 신뢰를 잃은 권위와 명예가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정치인이나 조직의 리더에게 신뢰보다 더 한 재산이 없다는 것을 시장은 알아야 한다.
지금 이 상황은 정치적으로 풀 사안도 정당이 개입할 사안도 아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 성명을 발표한다거나 정치적 탄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정치인이나 사회지도층들은 수사기관에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를 하루라도 빨리 진행하여 시정이 표류되는 것을 방지해 달라는 당부의 수준에서 머물러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는 자발적이고 순수한 모임이어야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따라서 시민단체가 지향하는 바도 이와 맥을 같이 하여야 한다. 이 사안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옳은 방향만을 제시하여야지 선장의 권한을 가진 것처럼 키를 잡으려 들어서는 안된다. 언론은 사회의 올곧은 거울이다. 환하면 환한 대로, 이그러졌으면 이그러진 대로 사회의 모습을 비춰 주어야 한다. 기자 개인의 취향이나 특징 성향에 치우쳐 사건을 접근해서는 안된다.
수사 당국은 벌써 달포가 지난 이 사건을 하루빨리 마무리지어야 할 책임이 있다. 정치적인 판단을 기다린다거나 다른 이유로 수사가 지연된다면 시민들의 수사당국에 대한 불신이 커갈 것이다.
필자는 물론이거니와 시민들은 하루 빨리 굴비상자의 더로운 돈 냄새가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로 인해 인천이 화두에 오르지 않기를 갈망한다. 개항이래 가장 원대한 꿈에 부푼 인천은 지금 갈 길이 바쁘고 할 일이 많다. 그리고 심각한 경제문제로 시민생활을 챙기는데 시장의 철학과 역할이 크게 요청되고 있다. 보다 큰 틀에서 그리고 미래를 보는 혜안으로 이 사건을 매듭지어 주기를 바란다. 염려스러운 것은 우리가 이런 저런 문제에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것들이 구름처럼 지나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