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살면서 갖게 되는 의문 중 하나가 기업과 공단, 그리고 문화가 과연 공존할 수 없는가 하는 점이다. 인천은 국내 굴지의 기업도시이다. 하지만 문화면은 불모지와 다름없다. 산업화 시대의 시각으로 본다면 이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영원히 풀기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사회적 역할이 변하면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오히려 기업과 문화의 공존 가능함이 강조된다. 인천으로서는 풍부한 물적 기반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활용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문화하면 시 문화정책이 단골메뉴처럼 비난 대상이 됨은 당연하다. 물적 기반과 이의 문화적 연계활용은 시 당국의 역할이자 몫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시당국은 요지부동이다. 굳이 문제시해 시끄럽게 할 필요가 없다는 심보다. 답답한 일이다.
 검여 유희강이 인천을 대표하는 서예가임은 새삼스런 사실도 아니다. 그런데도 기념관 설립에 애를 먹는다. 물론 인천에서다. 아들과 제자들이 시와 서구를 대상으로 수차 기념관 건립 협의를 벌였으나 어떤 이유에선지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강원도가 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나서는 판이다. 과연 이런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이를 시당국의 문화마인드 부재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 것인지 답답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인천발전연구원이 발표한 문화지표 비교조사는 인천문화의 현주소와 유희강 기념관 건립이 왜 난항을 겪는지에 대한 이해의 단초를 제공한다.
 우선 인천은 전시담당 학예·전문인력이라 해봤자 고작 9명에 불과하다. 대전 30명, 대구 20명, 부산 44명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다. 이러니 학예사 1인이 무려 인구 28만명을 담당해야 하는 판에 유희강기념관 건립의 당위를 아무리 설명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유희강이 누구인지조차 아예 모른다는 점이다.
 지역문화인들은 흔히 문화정책면 뿐아니라 시설 운영면에서 인천문화가 없다고 비판하기를 마다않는다. 공연장과 전시장이 19곳이나 되나 대부분이 시설관리 공단이 운영하는 탓에 지역문화인으로부터 이용기피 시설이 된지 오래다. 이러니 구청과 시청을 위한 행사장으로 전락됨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