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달 (주) 풍산 전무이사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옛날 서양인들은 우리나라를 ‘고요한 아침의 나라’(country of morning calm) 라고 불렀다. 사실 지금도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과 바다 그리고 태백산을 아침에 바라보면 한국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인 것은 변화가 없는 듯 하다. 자연은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바뀐 것이 있다면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고요’라는 말은 참으로 좋은 말이라 생각된다. 고요 속에는 무서운 힘이 숨겨져 있다. 태풍전야가 고요하고 태풍의 눈이 고요하다.
우리나라를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부른 까닭은 당시에 서양인들에게 별로 알려진 바는 없지만 한국의 내면을 보고 문화라든가 역사에 들어 있는 무서운 힘에 감탄한 결과에 연유한 것 같다. 실제로 우리역사를 살펴보면 삼한시절에 이미 철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을 익혔는데 이는 서양보다 훨씬 앞선 것으로서 이 기술은 백제시대에 일본으로 전파된 바 있다. 또한, 신라시대에는 금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 많은 금속공예품이 제조되었으며, 특히 범종을 만드는 기술은 서양보다 수백년이 앞서는 것으로서 우리가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이 외에도 금속활자, 팔만대장경, 모래시계, 고려청자 등 수없이 많은 우리문화 유산은 당연히 서양인들을 감탄시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특히 많은 그림들과 문학작품, 시조, 詩등은 우리가 역사적인 재평가를 시도해야할 부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과학분야에서는 DNA라는 말이 흔히 사용되고 있다. DNA는 동물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인의 DNA는 한국인만이 갖고 있으며 어느 나라 사람도 한국인의 DNA를 가질 수는 없다. 우리의 역사라는 것은 우리의 DNA의 특성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한민족의 DNA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한국인은 모여 살기를 좋아하며, 두뇌회전이 빠른 반면 쉽게 잊어버린다. 둘째, 한국인은 손재주가 뛰어나고, 남의 일에 관심이 많다. 셋째, 한국인은 예술을 좋아하고, 남의 나라를 침략 공격하기를 싫어한다. 넷째, 한국인은 충직하며 양보성이 있고, 동정심이 많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은 경쟁심이 아주 강한 반면 낭비가 심하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한국인의 특질에 대하여 더 열거할 수 있으나 위에 열거된 다섯가지 정도가 한국인의 DNA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보아도 무난할 것이다.
한국인이 경쟁심이 강하기 때문에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었고, 자동차 보유정도가 높으며 소위 일류대학의 입시경쟁도 치열한 것이다. 한국인이 예술을 사랑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성악가, 바이올린 연주자,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의 손재주가 뛰어나고 두뇌가 명석하기 때문에 도자기 제조, 반도체기술, 의술, 섬유산업 등이 우수하고 충직함으로 해서 지난 오천년 간 혁명과 같은 일이 서양에 비하여 거의 없었으며 혁명이 있었다 하더라도 혁명 주체세력들은 언제나 대의명분을 찾았던 것이다. 한국인은 동정심이 많기 때문에 천재지변으로 사람들이 피해를 입으면 지금도 서로 나서서 먼 지방 사람들까지 도와주는, 서양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자선을 행하고 있다.
그러나 서글픈 것은 오늘날 우리는 우리 민족이 갖지 않은 잘못된 DNA 때문에 국력을 소모하고 있는 듯하다. 거의 매일 여러 계층간 힘겨루기를 하고 남의 허물을 찾기 바쁘고 진실로 중요한 문제에는 자신 있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고구려사 문제나 독도문제가 그러한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수십년 밖에 안되는 역사문제로 인하여 수천년간 우리 한국인을 지배하고 있는 우리의 DNA를 잊어버린다면 우리는 세계 속에서 고립되고 힘없는 나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백년 전에 한국에 왔던 서양인들이 오늘날의 한국을 보았다면 아마 ‘꽹과리 나라’ (Country of gong)라고 불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을의 논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황금빛 벼이삭이 조용히 고개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속에는 사람을 살찌우는 고요한 힘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