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국내 최고기업이라는 데는 의심할 바 없다. 계열사라 해도 소비자들에겐 믿음의 상징으로 통한다. 만두 등 ’먹을 거리 파동’이 연이은 후 식품류 소비면에서 삼성제품에 대한 심한 쏠림현상이 있었던 것도 이런 믿음이 반영된 결과라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시중 표현을 빌린다면 소비자들 사이에서 삼성 마크만 달면 ’만사 오케이’인 셈이다.
 제품별로 조금이라도 경쟁관계에 있는 지역중소기업이 볼멘소리를 쏟아 낸다 해도 소비자의 선택이니 어찌 하겠는가. 감수할 수밖에. 최근 인천공항에서 불거진 삼성계열사의 절인 고추 파동은 이런 상황에서 빚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선뜻 이해키 힘들다.
 삼성의 해명만을 전제한다면 ‘직원의 실수’로 가볍게 넘겨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우리의 먹을 거리와 관련됐을 뿐아니라 다른 기업도 아니 세계기업을 지향하는 삼성계열사가 저지른 일은 타 기업에 본보기가 된다는 점에서 사정이 다르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인천공항이 상주직원 식당운영권을 비록 입찰과정을 통한 것이라 해도 삼성에버랜드에 준 것은 무엇보다 기업신뢰가 전제된 것이라는 점에서 더 하다.
 그럴진데 법정기한이 지난 절인 고추를 식용으로 사용하려 했고, 그것도 국내 최고기업이 한 것이라면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은 실망 그 자체다. 한마디로 공항 상주직원을 무시한 행동일 뿐더러 대한민국의 관문에서, 그것도 국내 최고기업이 나라 얼굴에 먹칠한 행위와 다름없음이다. 혹여 이런 일이 국내가 아니라 외국에서 벌어졌다면 어찌됐을 지를 생각한다면 끔찍하기조차 하다.
 삼성에버랜드도 세계시장을 지향한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제기하는 지적을 마냥 침소봉대한다는 시각으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이보다 지역에서 삼성이 국내를 넘어 세계를 제패하는 데 다시는 이같은 시행착오가 없기를 바라는 기대섞인 지적으로 지금에라도 과연 뭐가 문제였는지 점검하고 반성함이 바람직한 것이다. 굳이 강조할 것없이 지금은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중시되는 시대가 아닌가. 이번 일이 삼성에버랜드의 주력분야인 용인에버랜드의 주고객이 어린이와 주부로 이 곳에서 만들어 파는 먹을 거리 판매에까지 영향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