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화 TBN 인천교통방송 편성제작국장
낮에는 뜨거운 불볕, 밤엔 잠 못 이루는 열대야. 여름이 절정을 이루는 계절의 한가운데 우리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더위를 피해 여름휴가를 떠난다고 법석이고 아직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여름휴가, 어린이들과 아내의 무언의 압력에 못 이겨 고생휴가를 떠나는 남자들에게 여름휴가는 그리 반가울 수 없는 고생스런 연례행사가 될 수도 있다.
어린이들로부터 여름휴가압력을 받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휴가 아닌 체험계획을 제언해보고 싶다.
먼저 텔레비전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휴가를 떠나보자. 그러기위해서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야 할 것 같다. 누구에나 있는 고향, 고향이 멀다면 가까운 시골집을 찾아 하루 이틀 자녀들과 지내면서 보내는 것이다. 자녀들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년에 한번 갖는 여름휴가를 고생휴가로 보낼 것이 아니라 영원히 추억에 남을 기념휴가를 보내기 위해 준비한다면 가능하리라는 생각이다. 남이 흔히 가는 해수욕장이나 사람들로 넘쳐나는 산과 계곡보다는 한적한 시골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간의 대화와 깊은 사색을 하는 기간으로 계획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내는 것이다. 동의가 되지 않는다면 휴가 후 일정보상을 약속하면 어떨까 한다.
한적한 시골집 앞에 얕은 개천이나 낮은 산이 있으면 금상첨화가 되리라 본다. 늦은 시간아침을 먹고 얕은 냇가에서 고기를 잡거나 산에 올라 멀리 펼쳐진 들판을 보며 흰 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대지위에서 뜨거운 여름 태양을 받고 줄기차게 자라는 곡식을 보며 인내정신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갖자. 우리가 먹고 마시고 숨쉬는 공기가 얼마나 고마운 지는 이같이 한적한 시골이 아니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가르치기 어려운 것이다.
산을 오르면서 피어있는 각가지 들꽃과 들풀 그리고 땅을 기어 다니는 각양 벌레와 나무 끝에 달려 있는 벌집과 참나무기둥에 붙어있는 하늘소와 째지는 듯 테너음성으로 귀를 때리는 매미의 소리, 그리고 느리지만 성실한 삶을 살아가는 쇠똥구리들을 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사람 외에 다른 동물들도 함께 공존한다는 체험을 어린이들에게 심어주는 일은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골은 도시 아이들이 볼 수 없는 동물의 천국이다.
덥고 지루한 여름 낮이 지나면 여름밤이 소리 없이 시골마을에 깃들여지리라. 낮에 소리쳐 울던 풀벌레소리는 밤에 소쩍새 소리가 늦어가는 여름저녁시간을 더욱 재촉하며 잔잔한 풀벌레 소리가 온 누리에 그윽하게 울려 퍼진다. 집단으로 각종 풀벌레들이 지휘자 없이 오묘한 화음으로 합창을 하는 소리를 들으면 우주의 교향악을 듣는 듯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저녁에는 전기 불 대신 호롱불을 켜보자. 석유를 준비해 전기가 들어오기 전 옛날 시골집에서 밤늦도록 호롱불을 켜놓고 맹꽁이와 개구리소리를 들으며 공부했던 시절을 되새기며 도시 집에서 가져간 책을 펴고 읽어보자. 다 독파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2-30쪽만을 읽는 것으로도 휴가의 의미를 만끽할 줄 안다. 모기가 극성을 피해 큰 모기장이 준비됐다면 아주 더 멋있는 시골 여름 저녁이 되리라.
저녁시간이 늦어지면 밤참이 그리워질 때이다. 낮에 준비한 단 호박과 감자, 그리고 옥수수 등을 가마솥에 넣고 쪄서 꺼내먹는 그 맛은 어디에 비교할 수 있겠는가.
밤늦은 시골 여름밤 하늘 높은 곳에 떠있는 별을 쳐다보면서 하나 둘 세다가 잠들거나 마을과 마을을 이어 떨어지는 별똥별들의 우주 향연을 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밖에 존재하는 우주의 넓고 광활함을 체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먹고 자는 것이 불편한 시골에서 2-3일의 삶이 이 같은 경험을 청소년들이 직접 체험한다면 일생 어떤 체험보다도 더욱 값진 경험을 한다고 보며 이미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어른들은 다시금 동심의 세계에서 보내는 뜻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시골이 생각대로 이렇게 낭만적이지는 못해도 시골은 언제가 우리가 돌아갈 고향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