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오래돼서 프랑스의 속담인지 아니면 파스칼이 남긴 말인지 분명치 않지만 “사람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필자는 그동안의 삶에서 이 말을 자주 회상하며 명언(名言)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아왔다.
언론계는 과거 수십년간 곡절을 겪어 왔고 그 와중에 젊은 나이에 실직을 겪은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 그 중에는 실직 후 실의에 빠져 상태가 더욱 나빠진 사람도 있었고 더러는 새로운 도전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도 있었다. 이들 성공한 축에 드는 사람들도 젊은 시절 유신정권에 의해 직장에서 쫓겨났던 일은 수십년이 지난 뒤에도 가슴에 앙금으로 남겨두고 있는 것을 필자는 자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 필자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고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라는 앞의 말을 인용하곤 했다. 그러면 상대는 껄껄 웃으며 “하긴 그래”라고 답한다.
우리의 삶도 이처럼 일방적 승리나 일방적 패배보다 한편에서 이기고 한편에서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듯 인천이란 도시도 비슷한 운명을 지녔다고 본다. 인천은 아다시피 포화(砲火)라는 수모를 겪으면서 개국의 문을 연 한반도의 관문이었다. 따라서 철도나 통신같은 근대 시설도 최초로 도입된 곳이고 장사꾼들이 모여들어 근대적 시장경제라는 활력도 부산과 함께 최초로 선 보였다.
인천은 말할 것도 없이 서울과 숙명적인 연관성을 갖는다. 서울로 통하기 위해 교통 통신이 일찍 발달했고 또 서울 때문에 인천의 독자성이 훼손 되기도 했다. 다시 말하자면 얻는 것이 있는 대신에 잃는 것이 있었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것인가. 필자의 예측으로는 서울과의 유기적 관계는 이제까지 보다는 덜해질 것이고 인천 나름의 정체성이 보다 많이 요구될 것같이 보인다.
행정수도의 건설은 단순히 정부기구의 이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과거 100여년간 근대화 과정에서 빚어진 집중화 현상이 고비를 넘어 분산화로 전환되는 것을 상징한다고 본다. 정부기관을 비롯해 대학·연구기관 등이 지방에 눈돌리게 된다면 이 분산화의 속도는 대단히 빨라질 것이다.
인천시민이 기대하던 송도 테크노 밸리도 이미 가시권에 들어섰다. 이런 전환시점에서 필자가 아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인천시민 상당수가 서울에 대해 막연하나마 예속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과거 수십년간 거대 도시요 수도인 서울의 그늘에 인천이 가려질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인정한다면 이런 예속심리도 이해할 만하다. “서울에 가까울수록 집값도 비싸다”는 말을 필자는 인천일보 재직중에 들은 기억이 난다. 이처럼 물리적 조건이 ‘서울우위’였기에 사람들 심리도 그에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환경과 조건이 달라지면 사람들의 마음도 서서히 달라지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 변화와 진보의 속도를 느리게도 하고 빠르게도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인천시민들이 “우리는 서울보다 유리한 대외(對外)환경을 가졌고 새로운 시설을 유치할 땅도 많이 갖고 있다. 시민들 역시 각지에서 모여들어 개방적 성향이 강하다. 서울보다 앞서 21세기의 새로운 도시를 가꾸자”고 마음 먹는다면 보다 좋은 인천, 보다 국제화한 인천의 건설은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현재의 인천시장도 백면서생이 아닌 모험적 기업에서 일했던 사람으로 전환기의 시정 책임자로는 알맞다고 보고 있으며 지역 여론을 선도할 이 글이 실리는 신문 역시 순수 언론인 출신들의 리더십아래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서울은 서울이고 인천은 인천이다 ’ ‘국제도시로서 인천은 서울보다 유리하다 ’ 이런 인식아래 인천시민들이 창조력과 진취적 생각을 갖고 인천을 가꿔 나간다면 사실 인천의 발전은 과장이 아니라 무궁 무진할 것이다. 바다의 개척에는 한계가 없고 중국이란 13억 인구의 대국은 그 자체가 무한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무한대의 프론티어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지닌 도시가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