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육성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당수 실업계고교들이 정원미달 사태를 빚었다. 실업계고의 정원미달은 이제 농어촌은 물론 대도시까지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야말로 실업계고들이 존폐위기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지역은 13개 실업고에서 미등록자 51명을 포함 236명의 정원미달이 생겨 추가모집에 들어갔다. 경기도 역시 수원, 성남, 고양, 안양지역의 32개 실업계고중 10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일선학교현장에선 실업고들이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은 실업고 육성책이 대학진학 기회를 넓힌 데 불과해 결과적으로 실업고 학생들의 진학욕구만 부추기는 꼴이 됐으며 현실과 괴리된 데에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실업계고는 우수 기능인력을 양산, 국가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96년 직업교육의 중심축을 전문대학으로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한 직업교육 개현안을 내놓고 전문대학을 집중 지원하면서 실업고의 정원미달사태가 속출하기 시작, 이제는 교실 붕괴현상마저 빚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전문대를 나와야 기능인으로 인정받는 현실에서 실업고생들이 실습교육에 흥미를 잃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의 무모한 정책 때문에 실업계고들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실업계고 가운데 기능인력 양성이란 본래의 목적대로 교육이 이뤄지는 학교를 찾기란 사실 어렵다. 교사들의 진로지도도 취업지도보다 대학진학쪽에 치중하고 있다. 실업계고의 올해 대학진학율이 사상 처음 취업률을 앞질러 57%에 이른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실업계고의 붕괴는 앞으로 고용시장의 불균형 뿐만아니라 제조업의 인력부족 등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우려마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회가 아무리 첨단산업구조로 바뀌어도 용접·토목 등 기능인을 길러내는 직업교육기관으로써의 실업고는 계속 존속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의 특별한 대책이 없으면 앞으로 실업계고교들이 설 땅은 없어질 것이다. 실업계고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역특성에 맞는 학과로 개편하거나 특정한 기능인을 양성하는 특성화 고교로 전환하는 등 일반고와의 차별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