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거지가 조성된 인천시 서구 검암지구에 전봇대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전국적으로 전선 지중화가 활발히 추진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예산이 부족해 전선 지상화가 불가피했다고 하지만 70~80년대 신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봇대가 거리 곳곳에 늘어선 것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서구 검암지구는 신도시가 형성되고 있는 곳이다. 지난 94년부터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진행돼 내년 12월까지 10만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일부 지역은 아파트건립이 마무리돼 지난달부터 주민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신도시지역인만큼 도시미관을 해치는 전봇대가 거리 곳곳에 들어서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입주 후 도로변에 쭉 늘어선 전봇대를 확인한 주민들이 "신주거지의 이미지를 망쳤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당연하다.
 서구 관계자는 구획정리사업은 체비지를 매각해 사업비를 조달하기 때문에 몇 배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지중화 사업을 벌일 수 없었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짜여진 예산에 맞춰 시행하는 사업이라 해도 어떻게 70~80년대식 전선 지상화를 거리낌없이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선진도시를 지향하면서 전선 지상화를 한 것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행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도시의 지중화 사업은 필수과제다. 국제도시에 맞는 이미지를 갖추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도로변에 설치된 전신주와 통신주, 그리고 거미줄처럼 무질서하게 엉켜있는 전선들은 도시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보행, 차량 통행에도 지장을 준다. 하루 속히 정비해야 마땅하다. 런던, 파리 등 선진국의 도시는 오래 전에 전봇대의 지중화가 이뤄졌다. 지중화율이 높다는 서울의 경우 47.8%이고 나머지 도시는 형편없이 낮다. 인천도 고작 28.9%에 불과하다.
 물론 지중화사업은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공간 확보와 시설 공사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전력설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더욱이 해안지역은 태풍이나 염해피해를 막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추진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