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흠 기획예산처장관의 ‘국립해양관 건립사업 포기’ 발언이 지역사회에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방정부들이 막대한 행정력과 재정을 투입해 사업 유치에 진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이같은 발언이 나온 배경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는 현재 KDI가 실시한 후보지 3곳에 대한 경제성 검토 결과를 토대로 사업 포기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후보지 3곳 모두 경제성이 낮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흔히 정부가 국책사업을 결정할 때 어느 한 요인만을 중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 사업이 장기적인 발전전략이나 비전과 관련된 것일수록 더 그렇다. 경제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비경제적 요인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국립해양관 건립사업도 이런 관점에서 추진돼 온 사업이다. 정부는 올초 이 사업을 발표할 당시 우리나라 해양부문의 비전을 담고 있는 국책사업임을 거듭 역설했다. 중국, 일본 등 인접 국가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고 해양강국으로 도약할 묘판으로써의 기능이 기대된다는 것이었다. 이럴진대 이런 사업을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하겠다는 것을 믿을 시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지역사회가 박장관 발언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다 이런 까닭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사업은 초기부터 박람회 유치실패에 대한 민심 무마용이라는 둥, 신정부 연고지역에 대한 배려사업이라는 둥, 정치적 상황과 연계된 각종 이야기가 난무했던 게 사실이다. 더더욱 인천의 경우 사업 유치에 나선 후보지 3곳 중 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판명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지역사회에 “특정지역을 배려하려 하다 어렵게 되자 사업 자체를 아예 없었던 일로 하려 한다”는 비난성 여론이 확산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해야 할 것이다.
 국립해양관 건립사업은 결코 중도에 포기돼서는 안된다. 해양입국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원대한 비전을 담고 있는 국책사업이 더 이상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신정부가 주창한 ’지역성 탈피’ 원칙이 준수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