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웅 코트라 인천무역관장
 820 대 4,000. 스포츠 경기에서의 점수차라 하기에는 너무 크고, 그렇다고 소규모 도시간 인구수 비교로는 너무 적은 숫자이다. 이 숫자는 다름아니라 쿠바 전체의 기업체 수와 인천시 남동 공단에 위치한 기업체 수를 비교한 수치다.
 지난 5월 KOTRA 인천 무역관은 남동구청과 공동으로 쿠바를 포함한 카리브해 지역에 시장 개척단을 파견한바 있다. 멕시코와 과테말라 상담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쿠바를 방문한 시장개척단은 KOTRA 멕시코 무역관 주선으로(쿠바에는 아직 KOTRA무역관이 없음) 소규모 리셉션을 개최하였으며 리셉션에는 그곳 외교부 국제협력국장, 하바나 시청 및 상공회의소 간부 약 10여명 등 무역 관련 실무책임자급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 조촐한 행사였다.
 필자는 저녁 식사 직전의 칵테일 시간에 쿠바 측 참석 인사 중 가장 직위가 높다는 쿠바 국제 협력부의 국장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그는 남동구청 시장 개척단에 대해 관심이 많은지 많은 질문을 했다.
 필자는 금년 2월 남동구청과 KOTRA 인천무역관이 공동 주관했던 인천지역 수출구매상담회에 쿠바 사절단이 참가한 것과 이를 계기로 쿠바와 인천간 교류가 시작되었다는 얘기 등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며 남동 공단의 규모를 설명하면서 약 4,000여개의 기업이 모여있는 인천에서는 최대규모의 공단이라고 설명했다.
 남동 공단의 규모를 듣던 그는 매우 놀라는 눈치였고 이어서 작은 목소리로 쿠바에는 총 820개의 기업이 있다고 밝히면서 쿠바는 중남미 국가 중 문맹률이 제일 낮고 사업장에서 지도자의 명령을 잘 따라서 노동 생산성이 높다는 얘기, 그리고 쿠바의 기업은 모두 국영기업이기 때문에 외상거래를 해도 기업이 부도나지 않는 한 거래대금을 떼일 염려는 없다는 말도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다음날 남동 구청장의 하바나 부시장 방문 때 하바나 시와 남동 구청간 자매결연을 맺자는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보통, 자매결연은 비슷한 수준끼리 하는 것이 상식이며 하바나 시의 경우 인천시와 자매결연을 제안하면 모르되 남동구청과 자매결연을 제안하는 것은 파격적인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번 일을 보면서 필자는 두 가지를 느꼈는데 첫째는 세상 모든 것이 변하듯, 쿠바도 변하고 있으며 이제는 명분이 아닌 실리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명분으로 보면 시에서 구와 자매결연을 제안하는 것이 이상할지 모르지만 실리 면에서는 820개 기업이 4,000개 기업과 교류할 경우 적은 쪽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남동구를 교류 파트너로 당당히 인정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바로 코앞에 있으면서도 수십 년 동안의 경제 제재로 인해 궁핍한 생활은 물론 인프라 유지 보수도 못하고 있는 처지라 미국이 지난 1950년대 건설한 도로에서 크게 진전된 것이 없는 상황이며 820개의 국영기업체는 경쟁력과는 거리가 멀어 남동 공단 입주업체가 생산하는 원가의 2-3배를 들여 생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 남동 공단 업체들의 경쟁력이 쿠바 업체들에게 접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두 번째로 느낀 점은 그래도 쿠바의 사회주의 시스템은 아직도 건제 하다는 것이다. 비록, 시장개척단을 위해 이틀만에 입국비자를 발급해주는 호의를 베풀어주었지만 리셉션에서 나누었던 대화가 바로 의사결정으로 연결되는 신속성은 사회주의 통제체제하에서만이 가능한테 남동구와 남동공단의 실체를 파악한 공산당 고위인사인 국장의 결정이 바로 하바나 시에 전달되어 시장이 외국 출장 중인데도 부시장이 자매결연을 제안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세상이 변하듯 세계 수출시장 환경도 계속 변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장의 등장을 적시에 감지하여 좋은 사업거리를 찾는 감각도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