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용 정치학박사, 인하대 강사
 지난 6월 24일, 지난해 서해교전 전사자들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제막식이 열렸다. 전사자 유가족들이 오열하는 가운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군 관계자들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기도 했다.
 사실 해마다 5,6월이면 꽃게잡이철을 맞이하여 남북한간의 크고 작은 마찰과 교전이 있어왔다. 올해만도 5,6월에 10여차례가 넘게 북한어선들의 북방한계선의 침범이 있어왔다. 사실 외화난에 허덕이는 북한입장으로서는 서해 5도상의 5,6월 황금꽃게어장은 놓칠 수 없는 보물이다. 그래서 이 꽃게잡이는 북한군 당국의 감독아래 이루어지는 국책사업이다.
 이러한 남북간의 긴장의 중심에는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논란이 있어왔다. 이 북방한계선은 1953년 맺어진 정전협정(지금의 휴전선 포함) 과는 별도로 클라크 유엔사령관이 정전시 교전규칙을 작성하면서 아측 함정 및 항공기활동의 북방한계를 정하기 위해 임의로 설정한 해상 군사분계선이다. 이 선의 정당성을 두고 남북 양측이 지금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북한은 유엔사가 북한과의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설정했다는 점을 들어 지금까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한국내에서도 국제법의 관례를 들어 북방한계선이 남북간의 군사분계선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 놓기도 했다. 즉 한국이 북방한계선에 대해 50년 이상 평화적으로 관할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제법상의 실효성의 원칙이 성립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북방한계선이 실질적인 남북간의 해상경계선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 중에서 첫째, 북한이 1953년부터 1973년까지 20년간 북방한계선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 예로 북한측이 1959년에 발간한 조선중앙연감에 현 북방한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표시하고 있어 북방한계선을 묵시적으로 인정해왔다는 것이다. 둘째, 19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는 추후의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남북분계선을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는 조항을 들어 북방한계선이 사실상의 해상경계선의 효력과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꽃게잡이철만 되면 나타나는 서해 5도상의 남북간의 긴장과 군사적 충돌을 막기위해 일부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이 북방한계선 부근에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자고 제의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동어로수역의 성사를 위해선 그 전제로 북한이 북방한계선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북방한계선을 중심으로 한 그 일대의 공동어로수역을 설정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측이 그것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물론 북방한계선과는 별도로 공동어로수역을 설정 할 수도 있겠다. 북한이 이 안을 받아들이는 것과는 별개로 한국정부는 사실상 이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남북간의 군사적 신뢰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어장 내 조업어선의 안전과 선원의 보호를 위해 남북한 해군함정의 근접배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과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은 더욱 증가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기에 앞으로도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군사적 마찰을 예상 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운 현실에서 서해교전 1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가 꼭 곱씹어 보아야 할 점이 있다. 지난해 서해교전에서 ‘먼저 발포하지 말라’ 그리고 무모한 ‘밀어내기’ 등 상부의 명령을 끝까지 지키다 우리의 아들들이 무방비한 상태에서 북한의 기습을 받았고 외로이 목숨을 잃었다. 더욱이 울분을 삼키기 어려운 것은 당시 국방장관은 이러한 부하들 죽음에 대해서 이들의 조문에도 영결식에도 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해교전 당시 부상자를 치료했던 한 군의관은 “우리 젊은이들이 그렇게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동안,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울화통이 치민다” 고 말했다고 한다.
 필자는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을 지지하고 앞으로도 지지할 것이다. 북한땅의 아이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 밝게 살아가고 우리민족의 분단의 비극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포용정책은 계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기꺼이 자신의 청춘을 바치기로 한 젊은이들을 국가가 ‘나 몰라라’ 한다면 어느 누가 대한민국을 내 조국으로 여길 수 있겠는가? 더 이상 이 땅의 부모형제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조국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다시 한 번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