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미술관에 들어섰을 때는 어떤 작품이 어느 정도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한곳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일단 끝까지 휙 둘러보고 나서 다시 한번 전 코스를 거꾸로 걸어가다가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만 천천히 감상하는 것이 올바른 관람법이다. 처음부터 ‘차분히 보고있는’ 사람들을 계속 앞지르게 되지만 결국엔 그 사람들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깊이있는 미술감상을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독서도 이와 마찬가지다. 세상에 존재하는 책의 양은 어떤 대규모 미술관이나 미술전보다도 작품에 신뢰가 가지 않을 정도로 많아서 처음부터 순차적인 책일기 방법을 취한다면 한평생이 아니라 수백년 이 걸려도 다 읽지 못할 만큼 엄청나다. 더구나 그 안에는 쓰레기만도 못한 것이 산더미 만큼 섞여 있기 때문에 ‘전부, 처음부터 차분히 읽는’ 방식은 절대로 시도할 필요가 없는 무모한 짓이다.
 그런 무모한 방식으로 책을 읽으면 꼭 읽어야 할 책을 만나 보지도 못한 채 일생을 마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을 만한 진정한 가치가 있는 책을 만날 때까지 회화적 (그림보듯) 책읽기 방식의 속독을 통해 선별을 거듭해가야한다. ‘차분히 읽을’ 가치가 없는 책까지 시간을 들여 읽는다는 것은 시간과 뇌의 수용 능력을 헛되이 낭비하는 일일 뿐이다.
 -나는 이런책을 읽어왔다(다치바나 다키시著/청어람미디어刊)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