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국회의원 재·보선이 선거전 초반부터 혼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니 걱정스런 일이다. 혹자는 선거 때만 되면 의례 나오는 얘기라고 치부하고 넘기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쯤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는 말을 들을 수있을지를 생각하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우리의 선거 문화, 유권자 의식이 아직 멀었음을 또 한번 실감하게 된다.
 이번 4·24 국회의원 재·보선은 경기도의 경우 고양시와 의정부시 2개 선거구에서 실시되며, 모두 11명이 출마해 5.5대 1의 경쟁율을 보이고 있다. 높은 경쟁율 만큼 선거전이 뜨거워 초반부터 선거법 위반혐의 고발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9일까지 선거법 위반으로 선관위에 적발된 사례가 모두 19건에 이르고,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된 것만도 11건이나 된다. 선거법 위반 건수를 놓고 볼 때 이번 선거가 역대 어떤 선거 못지않게 과열·혼탁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또 선거법 위반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과거의 구태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음도 드러난다. 의정부선거구 A정당 후보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단체의 회의 때 참석자들에게 이름이 새겨진 가방을 나눠준 혐의로 고발됐다. 같은 선거구 B정당 후보는 학교이사장 취임사를 노인대학 유인물에 게제해 조사를 받고 있고, 고양 덕양갑선거구 C정당 후보는 산행에 나선 산악회 회원들에게 음료수 200병을 제공해 선관위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 유권자들에게 선물을 돌리고 광고성 유인물을 뿌리는 구태가 여전한 셈이다.
 4·24 재·보선은 새 정부가 출범한 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각 당는 중요한 의미를 부여, 총력지원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런 만큼 과열·혼탁에 대한 우려가 크고, 우려는 여지없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선거 문화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는 유권자들의 입맛은 씁쓸하다. 선거 문화가 언제쯤 달라질지를 생각하면 답답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선거 문화는 결국 유권자들이 만든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는 반드시 투표하고 구태를 일삼는 정치인은 찍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