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AIDS)에 감염된 불법 체류 외국인 18명이 출입국 관리 당국의 추적을 피해 국내 거리를 버젓이 활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가운데 일부가 국내 기업에 취업했거나 윤락가를 전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 에이즈 확산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밝혀진 에이즈 감염자는 그나마 자발적으로 국내 의료기관을 찾아 혈액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것에 불과한 것으로 실제 감염자 수는 제도적으로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는데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현황
 23일 인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8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내체류 외국인 가운데 238명이 에이즈 환자로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5명이 불법 체류 외국인이다.
  그동안 에이즈에 감염된 외국인중 204명을 강제 출국 시켰다고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덧붙였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남은 34명 중 11명이 숨졌고 내국인과 결혼, 국적 취득 3명, 난민판정 1명 등 4명에 대해 강제추방할 수 없는 실정이며 1명은 최근 붙잡아 강제 출국 시켰고 18명에 대해 행방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실태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최근 붙잡힌 나이지리아국적 에제켄 빅토르씨(49)는 지난해 3월 에이즈 감염 사실이 밝혀진 뒤 관계 당국의 집중적인 추적을 받아왔던 인물이다. 빅토르씨는 21일 오후 7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본국으로 강제 출국했다.
 충격적인 것은 빅토르씨가 붙잡히기 전까지 김포시 대곶면의 한 공장에서 취업해 왔다는 사실이다.
 빅토르씨는 이에 앞서 지난 2000년11월 15일 기한의 상용비자로 입국한 뒤 12월부터 2년 3개월간을 불법 체류해 왔던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인권문제를 이유로 외국인들에 대한 혈액 채취나 행방 추적 등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사고발생 후 뒤늦게 대처하기 보다 불법 체류 외국인이 양산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대책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대부분의 외국인 범죄가 불법 체류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제도가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외국인이 숙박시 업주가 인적 사항을 관계당국에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 체류자 발생 확률이 매우 적으며 우리와 가까운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도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외국인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들은 어디를 가든 행적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에겐 외국인 고용시 건강검진 증명서 첨부를 의무화하는 등 보건·위생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일선 출입국관리 업무 담당자들은 최근 국내 중소기업과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불법 체류 외국인에 대한 동정적 시각’과 관련, 외국인 관리 프로그램이 갖춰지지 않은 국내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출입국 당국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국내 기업들이 외국인들을 고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지만 귀국 시한을 넘긴 불법 체류자는 엄연히 범법자이며 자진 신고 등을 통해 이들을 구제하기 보다 새로운 제도하에서 합법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범진기자> bjpaik@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