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기업 수익 대부분 재단 투자
2022년 양평에 '이함미술관' 개관
실험적 전시·교육 기회 제공 눈길
“방문객 문화 소양 높아지길 바라”
▲ 기업에서 번 돈 대부분으로 양평에 이함캠퍼스를 개관한 오황택 두양문화재단 이사장.

2022년 7월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에 개관한 이함캠퍼스는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 던지는 의미가 큰 공간이다.

남한강 주변 1만 평 대지에 전시장, 강연장, 카페 등 8동의 건물로 이루어진 이함캠퍼스는 사립 미술관으로서도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건축가 김개천이 노출 콘크리트 공법으로 지은 건물들은 구조재와 마감재를 콘크리트로 시공해 독특한 조형미와 다양한 공간 구성을 이뤄 건물 자체가 작품이다. 건물은 20년 전에 완공됐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한 끝에 개관은 2022년에야 됐다.

이함캠퍼스의 이함(以函)은 '빈 상자'라는 뜻이고 캠퍼스는 '문화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고 교육하는 공간'이란 의미를 담았다. 전시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수용하고, 우리 사회의 수준을 높이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철학을 담았다.

이함캠퍼스의 개관 전시는 파격적으로 30대 초반의 우리나라 아티스트 5명으로 구성된 '사일로 랩'의 미디어아트 전시였다. '선입견 없이 맨눈으로 봐서 좋은 작품이 내게 좋은 작품'이라는 설립자의 '안목'이 투영된 전시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함캠퍼스의 두 번째 전시작은 '사물의 시차-20세기 디자인 가구전'이다. 르코르뷔지에 등 20세기를 관통한 거장들의 가구가 전시되어있다. 바우하우스부터 미드 센추리 모던,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념비적인 디자인 가구 11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작품은 모두 이함캠퍼스의 설립자가 수십 년 동안 전세계에서 직접 모은 수만 점의 소장품 중 일부다.

이쯤 되면 이런 공간을 만들고, 파격적인 전시를 하는 설립자가 궁금해진다. 주인공은 두양문화재단 오황택 이사장이다.

“저는 이함캠퍼스가 빈 그릇으로서 다양한 문화 예술적 실험을 담아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함캠퍼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고 문화적 소양이 높아지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요.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을 만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습니다.”

오황택 이사장은 우리나라 단추 제작 업계 1위를 달성한 ㈜두양보타니의 창업자다. 오 이사장은 기업에서 번 돈의 대부분으로 두양문화재단을 설립했다. 2015년에는 100여억원을 들여 서울 북촌에 청년 인문학교 건명원(建明苑)을 설립했다. 건명원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인문학자들이 청년들을 가르치는 기숙형 아카데미다. 이어 2022년 600여억원을 들여 이함캠퍼스를 개관했다.

중앙대 국문과를 나온 70대의 기업가는 치열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예술에서 위안을 삼았다. 이함캠퍼스에서 약 4㎞ 거리에 있는 별도의 창고는 디자인가구에서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수집품, 1만여 점의 폴란드 영화 포스터 등 수만 점의 컬렉션이 가득하다. 설치미술 등 현대 미술가들에게는 그야말로 보물창고로 여겨질 만한 방대한 컬렉션이다.

오 이사장을 소개하는 언론들이 그가 단추회사를 경영했고 번 돈의 대부분을 문화재단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괴짜 단추회사 회장님' 등으로 호들갑을 떠는 것이 신기하고, 마뜩잖아 보이는 오 이사장은 그가 벌이는 이 문화사업이 '그 나라 소비자들의 안목이 높아야 그 나라 상품 수준이 높아진다'는 걸 체득한 것을 실천했을 뿐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오 이사장은 “영화 포스터를 더 수집하기 위해 폴란드로 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안목으로 걸러진 새로운 소장품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양평= 장세원 기자 seawon80@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