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들 “치욕, 슬프다, 부끄럽다”면서도 원장 ‘두둔’ 한목소리
정용칠 가평문화원장이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인천일보가 연속 보도한 ‘지인 무료 대관’, ‘관용차 개인 목적 이용’이 있었다고 인정했으나 사과는 없었다.
정 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문화원 3층 다목적 강당에서 개최된 2024년도 제1회 이사회에서 “인천일보 보도로 경찰 고발을 알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고 운을 뗐다.
정 원장은 “관용차를 타고 축협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반려견 사료 2개를 샀고, 전국문화원연합회(현 한국문화원연합회) 사무국장을 만나러 갔다가 약속이 취소돼 서울에 갔기에 부인과 병원에 들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원장의 해명은 사실과 배치된다.
애초 부부는 지난해 3월27일 가평군 상색리 자택에서 관용차를 타고 서울로 이동하고 함께 퇴근했다는 점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에는 ‘사무국장’ 직책이 없고 사무실도 서울 마포구 도화동이지만, 정 원장이 들른 병원은 노원구 상계동에 있으며 친인척 집은 동대문구 회기동으로 정반대여서 정 원장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 원장은 지인 무료 대관과 관련해 “다목적 강당을 빌려준 동아리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문학 발전을 위해 온 곳이다. 3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고 해 대관해 준 것일 뿐이다”며 에둘러 인정했다.
정 원장은 “언론 보도가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것도 있다. 어찌 됐건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촉탁직 사무국장과의 근로계약서 작성 시점에 대해서도 말을 바꿨다.
정 원장은 지난 22일 기자에게 ‘2024년 1월1일자’로 작성된 근로계약서를 보여줬으나, 이사회에서는 1월15일에 작성한 것을 인정했다.
정 원장은 “근로계약서를 늦게 작성했다고 해서 1월1일부터 근무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며 “아이가 태어나 출생신고를 늦게 했다고 해서 그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니냐”고 빗댔다.
정 원장의 비위 의혹에 대한 해명은 A감사의 요구에 따라 이뤄졌다.
소란도 있었다.
정 원장이 보도된 ‘사무국장과의 잦은 마찰 등으로 인한 직원 퇴직’과 관련해 “본인이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하는 것”이라고 해명하자, 방청하던 직원이 “원장이 거짓말을 한다. 옆에 본인에게 물어보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직원은 또 “왜 동료직원이 이직하는 회사를 구체적으로 말하느냐. 개인정보 유출에 해당한다”며 불이익을 우려했다.
한 이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직원을 고성으로 제지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정 원장은 인천일보가 보도한 모든 기사의 제목과 내용을 낭독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사들은 “치욕적이다”, “슬픈 일이다”, “다들 부끄럽다”라는 발언을 하면서도 정 원장의 해명을 두둔하고 위로하기에 바빴다.
정 원장 해명 도중 자리를 떠난 임광현 이사(경기도의원)는 “오랫동안 이사로 몸담아 온 문화원이 이렇게 된 상황이 안타깝다. 빨리 정상화가 되기를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13명(전체 27명‧위임 11명)이 참석한 이사회에서는 ‘2024년도 사업계획(안)’ 등 상정된 안건이 처리됐다.
또 정 원장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촉탁직 사무국장에 대한 긴급 안건 상정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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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글∙사진 정재석기자 fugoo@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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