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콘서트의 계절이 돌아왔다. 내년 총선에 나서려면 이맘때 책을 내고 지지자를 불러 모아 세를 과시해야 한다. 당내 경선용 캠프 구성을 위한 경쟁도 은밀하게 시작되었다. 경선 캠프가 탄탄해야 본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정당은 정당대로, 후보자는 후보자대로 아는 인맥, 모르는 인맥 총동원해서 인재영입에 열을 올린다. 민주화 이후 30여년이 흐르면서 한국사회는 '캠프 중심 사회'로 확실히 접어들었다.
2020년에 치러진 21대 총선 지역구 경쟁률은 4.4대 1이었다. 253개 지역구에 등록한 후보가 1118명. 선거법상 후보 1명이 지역구 선거사무소에 둘 수 있는 선거운동원은 20명이다. 등록후보자의 지역구사무소 인력만 1만1000여명이다. 여기에 비선 캠프까지 보태면 최소 2만 명이 넘는다. 경선 단계로 내려가면 여기에 곱하기 2를 해야 할 터. 중앙당 캠프를 포함하면 대략 5만~10만 명이 내년 4월까지 당선을 향해 뛴다는 얘기다.
민주화 이후 대선 캠프, 총선 캠프, 지선 캠프는 갈수록 커지는 추세를 보여준다. 머리깨나 돌아간다는 정치권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지명도가 있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끌어들인다. 정책과 공약을 수립할 지식인 특히 대학교수들을 앞다투어 영입한다. 특정 캠프에 이름을 올리는 언론계와 시민사회 인사들도 적지 않다. 2년에 한 번꼴로 전국적 선거가 치러지니 최소한 수십만 명이 선거캠프 관계자가 아닐까 싶다. 물론 선거 전략과 공약이 최종 결정되는 곳은 공식 캠프가 아니라 비선 캠프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선거대책위원회를 뜻하는 캠프가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모든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하는 정치 본연의 목적과 기능과도 부합한다. 정치가 블랙홀처럼 인물을 싹쓸이한다는 일각의 우려를 원론적으로만 보면 기우다. 그런데, 선거 이후 국회와 중앙정치권이, 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캠프 중심 사회'가 정말 바람직한가 하는 우려를 떨치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어느 캠프나 '어떻게든 이기고 보자 주의'에 지배당한다. 허튼 공약이 남발되고, 이전투구 흑색선전의 진앙도 십중팔구는 캠프일 가능성이 높다. 당선만 되면 캠프 인사는 손쉽게 한 자리씩 차지한다. 캠프에 발을 담그지 않는 인물에게 돌아갈 자리는 이제 없다. 즉, 사회가 돌아가는 기본 틀이 선거캠프를 중심으로 주조된다. 선거민주주의의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일까, 한국 시민사회가 덫에 치인 걸까.
/양훈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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