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어느 정권이든 최고 권력자가 있으면 그 이후를 예비하는 2인자가 있기 마련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는 대체로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면서 대통령 못지않은 관심도 받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마치 왕조국가의 황태자처럼 미래권력의 상징적 인물로 회자하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두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다.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다. 때론 2인자가 있는지, 있다면 누군지 헷갈릴 때도 적지 않았다. 또 어떨 때는 2인자를 자처하는 인물들이 너무 많아서 그들끼리의 싸움으로 자멸한 경우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서의 박근혜가 성공 사례라면, 문재인 정부에서의 조국은 실패한 경우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어떨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그 주인공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신임이 두텁다. 자질이나 인간적 면모에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래선지 여권에서는 차기 대선주자 1위에 오르곤 한다. 게다가 젊고 참신성도 갖췄다. 물론 정치적 역량은 아직 모른다. 정치를 해 본 적 없기 때문이다. 때론 처신이 가볍고 쓸데없는 말이 많다는 지적도 아픈 대목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 2인자로 지목될 만큼의 관심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내년 총선에서는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낯설지 않다.

그렇다면 누가 한동훈 장관을 띄우는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의힘도 아니다. 역설적으로 한 장관과 대척점에 있는 민주당이다. 일찌감치 한 장관을 스타급 장관으로 부각하게 시킨 것도 민주당 사람들이었다. 무능과 무지, 궤변과 억지가 난무했던 민주당 사람들은 한 장관의 적수가 되질 못 했다. 민주당이 때리면 때릴수록 한 장관의 위상은 더 커졌다. 어느 날 갑자기 윤석열 정부의 2인자 자리까지 밀어 올린 주역이 된 셈이다. 총선이 채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민주당 사람들이 다시 한 장관을 소환하고 있다.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이 너도나도 한 장관을 다시 더 큰 인물로 띄우고 있다.

첫 신호탄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쐈다. 울분에 가득 찬 모습으로 '어린놈', '건방진놈'이라며 저급한 막말을 쏟아냈다. 한동훈 장관의 급부상이 두려웠던 것일까. 뒤이어 민형배 의원은 입에 담기도 민망한 'XX들'이라고 했다. 평소 말이 많지 않던 유정주 의원도 비난 대열에 동참하더니, 급기야 개성 강한 김용민 의원까지 '금수(禽獸)' 운운하며 뒤따랐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막말이나 욕설 그 자체가 아니라 그만큼 민주당 의원들의 수준을 욕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저급한 사람들의 저질 발언은 오히려 상대를 더 돋보이게 하기 마련이다. 품격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의 행태가 누구에게 독이 되고, 또 누구에게 득이 되는지 만큼은 분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판의 날이 머지않았다.

▲ 박상병 시사평론가
▲ 박상병 시사평론가

/박상병 시사평론가



관련기사
[썰물밀물] 인요한 효과 영어명 존 린턴(John Linton)을 한국명 인요한으로 절묘하게 잘 지었다. 한국에 귀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우리에겐 한국말 잘하는 미국 출신 세브란스병원 의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가문을 살펴보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저절로 갖게 된다. 할아버지 윌리엄 린튼은 젊은 나이에 한국에 와서 평생을 선교와 교육, 의료봉사에 헌신했다. 엄혹했던 일제강점기에 한국에 대한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줬으며, 3·1운동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독립운동사에도 적잖은 발자취를 남겼다. 그의 한국 사랑은 아들, 손자까지 이어지면서 오늘 [썰물밀물] 가계부채 시한폭탄 터지나 사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너무 높아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던 얘기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미 한국의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을 넘어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가계부채는 1877조원, 사상 최대 규모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108.1%로 세계 2위권이다. 세계 평균이 62% 정도인 점을 참작하면 높아도 너무 높다. 게다가 한국의 가계부채는 대부분 부동산 등 비금융 자산에 집중돼 있다 [썰물밀물] 홍범도 장군 서거 80주기의 씁쓸함 일제하 항일독립영웅 가운데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홍범도 장군이다. 영화 '봉오동 전투'로도 잘 알려진 홍 장군이 10월 25일로 서거 80주기를 맞았다. 우리는 불과 2년 전 8월의 그 감격스러웠던 설렘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공군의 극진한 예우와 호위 속에 홍 장군 유해가 카자흐스탄에서 드디어 서울공항으로 봉환됐기 때문이다. 서거 78년 만이다. 혹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동포들이 반대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많았다. 그리고 레닌의 은제 마우저(C96) 권총이나 소련공산당, 고향인 평양 등을 거론 [썰물밀물] 1018 윤석열 신당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유증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승자인 민주당은 말을 아끼며 낮은 자세로 내년 총선을 직관하고 있지만, 충격적 참패를 맛본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를 호위하느라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혁신위, 조기 선대위 등 소나기 피하는 식의 후속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그게 해법이 아닐뿐더러 그 진정성도 신뢰하기 어렵다. 민심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다 보면 남는 것은 궤변 아니면 넋두리에 불과하다. 분노한 강서구 민심이 언제 국민의힘 임명직들을 사퇴하라고 했으며, 조기 총선체제로 가라고 누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인가. 민 [썰물밀물] 극우를 선택한 아르헨티나, 에비타의 눈물 우리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 하면 마라도나와 메시로 상징되는 세계 최강의 축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역사나 경제에 조금 관심이 있다면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세계적 경제대국 아르헨티나를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아르헨티나의 민주주의가 군사쿠데타로 인해 몰락을 반복했던 피눈물의 역사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아르헨티나 국민의 영원한 연인, 에바 페론(Eva Peron·Evita)의 슬픈 스토리도 기억할 것이다. 그녀의 얘기를 다룬 1996년 영화 '에비타'에서 [썰물밀물] 미국 발 불출마 선언 미국 민주주의가 갈수록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미국의 정치학자뿐만 아니라 주요 언론에서도 이젠 어렵지 않게 비슷한 얘기를 접할 수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 때가 그 절정이었다. 당시만 해도 '링컨의 공화당'이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망가졌느냐는 자조가 넘쳐났다. 심지어 트럼프의 대선 패배 이후 그의 지지자들이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미국 민주주의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민주당 바이든 행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지금은 어떨까. 미국 민 [썰물밀물] 손학규의 의로운 분노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그때도 21대 총선의 룰을 정하는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한창 갑론을박을 벌였다. 특히 한국 선거정치사의 새로운 흐름이 될 것 같았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과연 현실화되느냐에 온통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제3당인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이 당의 운명을 걸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했다. 그러나 집권당인 민주당은 미지근했으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반대 속에 합의 처리를 주장했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없으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무산될 분위기였다. 두 거대 정당의 기득권 카르텔은 당시 [썰물밀물] 국립서울현충원의 두 얼굴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가끔 국립서울현충원을 찾는다. 사색하기에 도심에서 이만한 곳을 찾을 수 없다. 적멸에 들어간 수많은 영혼을 보면서 삶과 죽음의 의미도 새삼 되새겨 본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고 또 물어보지만 하늘은 높고 땅은 골곡지다. 그저 경내 이곳저곳을 다니며 비석에 새겨진 이름들을 맘속으로 한 분씩 불러볼 따름이다.현충원에서 꼭 둘러보는 곳이 있다. 임시정부요인묘소와 독립유공자묘역이다. 일제강점기 때 항일투쟁에 앞장섰던 선열들이 잠들어 있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어지는 엄숙한 공간이다. 그리고 우리가 처한 오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