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유증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승자인 민주당은 말을 아끼며 낮은 자세로 내년 총선을 직관하고 있지만, 충격적 참패를 맛본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를 호위하느라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혁신위, 조기 선대위 등 소나기 피하는 식의 후속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그게 해법이 아닐뿐더러 그 진정성도 신뢰하기 어렵다. 민심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다 보면 남는 것은 궤변 아니면 넋두리에 불과하다. 분노한 강서구 민심이 언제 국민의힘 임명직들을 사퇴하라고 했으며, 조기 총선체제로 가라고 누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인가. 민심을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책임이 제일 크다. 국정운영 지지율이 사실상 비상인데도 작은 선거를 크게 만들어 외려 정권심판론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김기현 대표의 오버스텝이 꼬이면서 무능과 몰염치로 인해 중도층까지 떠나게 하였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내놓을 처방전은 윤 대통령과 김 대표에게 집중됐어야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김 대표는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만만한 임명직들만 밀어냈다. 어불성설이요 무책임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여권 안팎에서는 윤석열 신당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대로는 내년 총선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현 국민의힘을 신설합당 방식으로 사실상 재창당한다는 그림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1995년 12월6일 출범한 신한국당을 모델로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금의 '김기현 2기 체제'는 과도기에 불과하다며 이후 신당을 이끌 인물들까지 '아니면 말고' 식으로 거론되고 있다. 과연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윤석열 신당'이 출현할 수 있을까. 답은 열려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신당의 관건은 '혁신'에 달려 있다. 지금의 국민의힘으로는 뭘 해도 안 되니 내년 총선을 위해서라도 강력한 혁신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결심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 변화가 필수다. 스스로 혁신의 동력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동시에 당의 정강 정책도 중도로 향해야 한다. 그래야 강호의 인재들이 대거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구태의연한 현역 의원들을 밀어내고 대대적인 인재영입을 통해 당의 면모를 일신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신한국당이 그랬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보수정당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인재영입을 이뤄냈다. 그들 중 다수는 지금 유력한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이렇게만 된다면 신한국당 모델의 신당은 윤 대통령이 보더라도 나름 매력적인 카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이런 그림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나름 좋아야 가능하다. 특히 윤 대통령의 육참골단(肉斬骨斷) 결심 없이는 될 일도 안 된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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