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는 1900년 파리 올림픽부터 1920년 앤트워프 올림픽까지 관중들이 열광하는 올림픽 정식종목이었다. 5~8명이 한 팀을 이뤄 5분 안에 6피트(183㎝)를 먼저 잡아당기면 이기는 경기였다. 3판 2선승제였는데, '오징어게임'의 줄다리기 못지않게 인기였다 한다. 아쉽게도 이후 정식종목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현재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가입 종목 중 하나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때는 정식종목 채택이 다시 시도되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한편, 유네스코 무형문화협약은 2015년 줄다리기를 아시아태평양지역 4개국(한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공동유산으로 등재했다.
가을운동회 줄다리기는 청군-백군이 마주 보며 줄을 당기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줄다리기가 꼭 그렇게 진행되었던 건 아니다. 줄의 형태도 다양했고, 경기방식도 달랐다. 경북 울진에서 행해지던 '기줄다리기'는 여성들이 줄을 걸고 엎드린 채 서로 반대 방향으로 힘을 써 승패를 결정했다. '임진강 참게 줄당기기'도 줄의 형태와 진행방식이 다르다. 둥근 고리 형태의 중심에 양쪽으로 참게의 발처럼 각각 다섯 가닥으로 된 당기는 줄을 연결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양쪽 세 번째 다리가 가장 길고 옆으로는 짧게 한 모양새가 게의 형상을 모방한 모습이다. 각 줄에 배치된 선수들은 허리에 줄을 걸고 반대방향으로 잡아당겨, 3판 2전승으로 승부를 낸다.
'임진강 참게 줄당기기'가 행해진 이유도 매우 흥미롭다. 강과 바다를 오가는 회유성 어종인 참게는 가을걷이 끝날 무렵 알을 낳기 위해 바다를 향해 내려간다. 이 계절에 발을 치거나 통발을 놓아 참게를 잡는 마을 사이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패싸움은 물론이고 송사로도 번질 정도였다. '임진강 참게 줄당기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슬기로운 방안이다. 이긴 마을이 좋은 참게 길목을 먼저 차지하기로 합의하고, 경기를 펼쳤다. 다툼과 분쟁을 한판 놀이로 승화시킨 지혜에 무릎을 치게 된다.
민속학자 장장식 선생의 조사에 따르면 '임진강 참게 줄당기기'는 해방과 분단으로 사라졌던 민속이었는데, 연천문화원이 2012년 복원에 성공하여 2013년 경기도 민속예술제에서 우수상을, 2015~2016년에는 장려상을 받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중단되고 말았다. 공해와 오염으로 자취를 감췄던 참게는 하천 정화를 위한 끈질긴 노력 끝에 임진강으로 다시 돌아왔다. '임진강 참게 줄당기기'도 다시 행해지게 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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