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2021년 '대한민국 아이디어 공모전' 1위는 '치매 막는 10분 통화'였다. 연로한 부모님과 간단한 통화로 치매를 조기발견토록 한다는 발상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2위는 '증강현실(AR) 보물찾기'였다. 온라인 게임으로 보물찾기를 즐기면서 전국 곳곳을 여행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전라남도 강진에서는 'AR 물고기 게임'을, 경상북도 상주에서는 '리니지 게임'으로 구슬을 얻는 식이다. 아이디어를 낸 중학교 2학년 윤서영 양은 할머니 댁이 있는 강진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게 하는 방법을 찾다가 디지털 보물찾기에 착안했다고 한다. 윤 양 가족이 최태원 SK회장의 멘토를 받아 아이디어를 다듬고 발전시켰다는 사실이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린 시절 소풍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보물찾기였다. 나무 덤불 사이에서, 묘하게 놓인 돌멩이 밑에서 보물 쪽지를 발견한 순간의 짜릿함은 세월이 가도 잊히지 않는다. 상품으로 받은 공책과 연필을 들고 의기양양 집에 들어서던 초등학생 시절이 눈에 선하다. 예나 지금이나, 어린이나 어른이나 보물찾기 싫어한다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다. 디지털 시대인지라 보물찾기도 온라인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스마트폰 든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2016년 '포켓몬 고' 열풍이 내 눈에는 증강현실과 보물찾기의 성공적인 결합처럼 보였다.

경기도가 오는 연말까지 옛 경기도청 청사 일대와 팔달산 둘레길을 중심으로 디지털 보물찾기(리얼 트레저 헌터)를 진행한다. 전용 앱으로 보물을 찾고 미션을 수행하면 상품을 주는 방식이다. 100개 정도 되는 아날로그 보물이 감춰져 있고, 디지털 실감 기술을 활용한 보물도 숨겨져 있다고 한다. 광교로 떠난 옛 청사 일대에 매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수원의 중심 팔달산 일대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효과를 노린다.

오는 11월12일에는 보물찾기 축제인 '리얼 트레저 페스티벌'도 개최할 계획이다. 어떤 보물을 얼마나 숨길 예정인지는 알 수 없으나, 기네스북 기록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2017년 캐나다 오타와 보물찾기 대회의 기록인 2732명을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그리되면, 1968년 경기도청이 수원으로 내려오기 전 종합운동장이었던 시절보다 사람이 북적거릴 터이니 볼만하겠다. 안전만 신경 쓰면 좋겠다. 다른 도시들도 원도심 등 활력을 잃어가는 곳에서 장소성을 되살릴 특색 있는 'AR 보물찾기'를 개발해도 괜찮겠다 싶다. 물론, 거기서 거기인 프로그램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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