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여행작가 유승혜가 쓴 가평 답사기의 제목은 '청춘이라는 축제'다. 작가는 가평에 갔다가 구석구석에서 다시 마주친 청춘 시절의 추억들을 들려준다. 예를 들어, 우연히 들른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재즈에 빠져들었던 사연 같은 것 말이다. <50만 살의 청춘-경기 북부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라는 작가의 책 첫머리 글 제목으로 이보다 더 안성맞춤이 없겠다. 언제부턴가 가평은 청춘의 고장으로 기억된다.

북한강변 청평유원지 일대는 1979년 시작된 강변가요제의 무대였다. 강변가요제는 1979년부터 2001년까지 해마다 이어졌는데, 사실 청평에서 열린 기간은 1989년까지 11년 정도다. 이후엔 무대가 강원도 쪽으로 옮겨갔다. 강변가요제의 전성기는 청평에서 열리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내 젊음의 빈 노트에 무엇을 채워야 하나/ 내 젊음의 빈 노트에 무엇을 써야만 하나…” 1986년 대상을 받은 유미리는 시원시원한 창법으로 '젊음의 노트'를 불렀다. 이선희가 'J에게'로 대상을 거머쥔 것은 1984년이다.

당시 시대 탓에 청춘을 축제로 즐기지 못한 젊은이들이 적지 않았다. “…저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리를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정태춘과 박은옥이 1985년 발표한 노래 '북한강에서') 젊은이들이 북한강변 청평으로 몰려가 열광했던 건 그래도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히기를 열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강변가요제가 시들해지자 2004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계보를 이어받았다. 성격이 판이하고, 즐기는 층도 다르지만 둘 다 청춘과 음악의 축제였다. 2018년에는 폐쇄된 경춘선 가평역을 '뮤직 스테이션'으로 리모델링한 '음악역 1939'가 탄생했다. 거기에 더해 2022년 옛 청평역과 폐선 부지를 활용한 '청춘역 1979'도 완성되었다. 가평이 청춘의 고장, 음악도시라는 이미지를 얻기까지 뿌리를 따져 올라가면 일제강점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9는 경춘선이 개통한 해고, 1979는 청평역이 세워졌던 해다.

“청춘은 인생의 한 시절이 아니다. 마음속 안테나에서 다른 사람과 신으로부터 열망과 영감을 수신하는 한 언제나 청춘이다.”(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 중에서) 청평에서 지난 주말부터 '레트로 청평 보라(보이는 라디오)'라는 콘텐츠가 3주 연속 진행 중이다. 가서 자신의 안테나를 한 번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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