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은 지각대장이다. 아침 학교 가는 길에 온갖 모험을 겪는다. 하수구에서 기어 나온 악어를 만나고, 산더미 같은 파도에 휩쓸리기도 한다. 하지만 선생님은 존을 거짓말쟁이라며 벌을 세운다. 존 커닝햄의 그림책 <지각대장 존>를 처음 읽던 날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난다. 등하교길에 도마뱀을 쫓고, 미꾸라지를 잡던 어린 시절이 순식간에 수십년 세월을 건너왔기 때문이다. 존 커닝햄의 또 다른 작품 <우리 할아버지>에서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밋밋한 일상이 감동으로 승화되는 솜씨에 탄복하기도 했다.
추석 연휴 직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국제아동도서와 콘텐츠 페스타'가 열린다. 해외 10여 개국 아동 출판사 350여 곳, 해외 그림작가 200여 명이 참여한다. '북키즈존'이라 명명된 이 행사에 가면 10여 개국에서 출간된 5000여 종의 아동도서를 골라볼 수 있고, 다양한 아동도서 인사의 강연도 준비돼 있다고 한다. <지각대장 존> 같은, 새로운 감성과 감동을 안겨 줄 책들과 맞닥뜨릴 좋은 기회다. 2020년 한국 그림책 작가 백희나 씨가 아동 노벨문학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랜 상을 수상할 정도로 한국 그림책의 수준도 높아졌다.
<지각대장 존> 한국어 초판이 1995년 나온 이후 한국에서는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영국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 책 출판편집자들이 앞 다투어 영국으로 달려갔다. 그와 판권계약을 하기 위해서였다. <고릴라>, <겁쟁이 윌리>, <터널>, <동물원>, <킹콩>, <돼지책> 등 영국에서 히트한 책은 물론이고, 브라운 본인이 잊고 살던 작품까지 한국출판인들이 찾아내어 계약서를 들이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렇게 번역된 브라운의 작품들은 출간 족족 대히트를 기록했다.
미국 작가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도 메가히트 작이다. 엄마에게 “이 괴물 같은 녀석!” 소리를 들은 맥스는 “엄마를 먹어버리겠다”고 소리친다. 맥스는 괴물의 나라에서 괴물의 왕이 된다. 한바탕 말썽을 피운 끝에 집이 그리워진 맥스. 아래층에서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때 금서로 지정될 만큼 논란이 일었지만 어린이 마음을 잘 포착한 걸작으로 꼽힌다.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들도 그저 재미있는 그림책이 아니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수원 '북키즈존'에서도 그런 작품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북키즈존'은 10월 5일부터 9일까지 이어진다.
/양훈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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