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인이 세운 최초 외국인학교
2011년 개교…국내 학력 첫 인정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통합 운영
학생별 맞춤 교육…고교 과정 4년제
한국 입시 제도서 벗어난 학습 진행
가고 싶은 학교·행복한 교실에 초점
국내 법인이 세운 최초 외국인학교로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선 청라달튼외국인학교는 '학생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를 만든다는 일념에서 출발했다. 학교를 설립한 이옥식(65) 봉덕학원 이사장은 신용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국제협력특보와의 대담에서 “좋은 학교의 정의를 다시 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신용석의 지구촌 in 인천'이 찾아간 청라달튼외국인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통합 운영하는 과정으로 2011년 문을 열었다. 한가람고등학교로 시작된 이 이사장의 교육 혁신은 기존 학교의 틀을 벗어던지는 도전을 거듭해왔다.
봉덕학원은 청라국제도시와 각별한 인연도 갖고 있다. '청라도'라는 섬이 바다로 둘러싸였던 1964년 봉덕학원은 제방을 쌓는 매립 공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 새로운 교육은 청라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청라에 터를 잡은 계기부터 물어볼게요. 봉덕학원이 시작된 곳은 서울로 알고 있거든요.
-고향인 황해도에서 소학교 선생님이셨던 어머니(이봉덕 전 이사장)가 영등포로 내려와 사업을 하셨어요. 그러다가 6·25로 인해서 공장이 하루아침에 폐허가 됐는데, 서울 수복 후에 고향 사람들이 몰려왔다고 합니다. 거기서 천막을 치고 공동 생활을 하면서 '교육이 보국'이라는 생각으로 성광공민학교를 세우신 거예요. 봉영여중, 봉영여상(현 영상고)도 차례로 설립하셨습니다. 학교에서 애들은 가르쳤지만 가난은 극복되지 않았어요. 고향 사람들이 자리잡을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해주면서 해양수산대학을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정부로부터 간척 면허를 받아 부모님이 청라도를 사신 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하죠. 바닷물을 계속 막으면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사람 힘만으로는 안 되니까 미군 공병대 도움까지 받았습니다. 그렇게 7년에 걸쳐 물막이 공사는 마쳤지만 농사를 지을 만한 땅이 아니었어요.
▲하루아침에 안 되니까요.
-그래서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하니까 정부가 내세운 준공 조건이 해발 9m 높이로 복토하라는 거였어요. 수년간 추가 공사를 해야 하는데 그럴 장비도, 흙도 없었죠. 정부를 믿고 합작했던 국영 기업체도 해체됐습니다. 그러다가 매립지가 나중에 동아건설로 넘어갔고요.
▲청라달튼외국인학교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습니다. 한국 학교 법인이 최초로 개교한 외국인학교이자, 외국인학교로 국내 학력이 인정된 것도 처음인데요.
-한국 법인이 미국 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은 결국 미국 교육 시스템이 갖는 장점과 교육 방법론을 국내에 도입하는 전초 기지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건 모두가 공감합니다. 그동안 국가적으로 새로운 시도들은 있었지만 정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죠. 예를 들면 교육에선 하나만 바꾸려고 해도 연쇄적으로 고리처럼 얽혀 있어서 10개를 바꿔나가야 하는데 다들 하나만 들여다봅니다. 총체적인 변화를 위해선 아예 한국 교육 과정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입시 제도에서 벗어난 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게 결론이었죠.
▲고등학교 과정을 운영하다 보면 진학도 신경써야 할 텐데요.
-고등학교 교육에서 혁신 모델을 제시한 한가람고 교장을 15년간 지내며 '지옥훈련'과 같은 입시를 지켜봤습니다. 그런 공부가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죠. 질문하고, 생각하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모든 교과에 반영했습니다. 또 고등학교 과정부터는 학점제입니다. 학점제는 학생들이 가고자 하는 진로와 결부되죠. 학습 능력과 적성을 고려해 학생 스스로 공부를 설계하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한국 학교와 달리 고등학교는 4년제로 운영합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통합 운영하는 건 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하나의 울타리에 있지만 어린 학생들 안전을 위해 초등학교 건물은 분리했어요. 그리고 교실을 개방했습니다. 여러 교실을 하나의 평면에 배치해 서로 관찰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칸막이가 있지만 교사들이 상존해요. 하나의 교실에서 한 명의 선생이 애들을 데리고 있게 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열린 교육'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에 앞서 학생과 교사 모두를 보호하자는 겁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가운데 공간에 식당과 도서관, 체육관을 만들었어요. 누구나 언제든지 가고 싶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인위적인 것도 피하려고 해요. 운동장에 인조잔디도 안 깔았어요. 관리가 어렵지만 천연 잔디 위에서 뛰놀고 야영하도록 했죠. 초등학교 건물 지붕에도 새가 날아와서 살 수 있게 구멍을 뚫었습니다. 자연을 접하는 것이 인성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거든요. 공간 하나하나마다 그런 고민들이 녹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선 최초를 넘어 최고가 아닐까 싶어요.
▲전학 오는 학생들도 많습니까.
-2011년 개교할 때 학생 85명으로 출발했습니다. 지금은 502명이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외국인이나 귀국자들 자녀가 편입하면서 숫자가 많아졌죠. 정원은 1560명이에요. 학생 수가 서서히 늘어났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교사를 급조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학교는 입학 요건이 있습니다. 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한 학생이거나, 부모 중에 1명이 외국인이어야만 입학할 수 있어요.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주변에 아파트가 하나도 없었죠. 기숙사도 운영하지만 학부모들이 이사를 오면서 지금은 절반 정도가 청라에서 학교를 다닙니다.
▲그 정도로 청라 학생들이 많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외국인 일자리가 많은 편은 아닌데요.
-제일 먼저 찾아온 외국인은 아랍 국가 출신들이었습니다. 인천항에서 중고차 수출하는 사업자들 자녀였죠. 종교 문제로 한국 학교를 못 보내다가 우리 학교를 알고 오기 시작했어요. 저소득층이니까 학비에 부담을 느꼈는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 아니니까 조금씩 나눠 내도록 했습니다. 한국어를 배워서 국내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들도 있어요.
▲미국 달튼학교와의 인연도 궁금합니다.
-2009년 한국 법인도 외국인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습니다. 마침 미국 뉴욕에 있는 달튼학교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현지를 방문해 섭외에 나섰죠. 우리 학교가 한국에 있는 하나의 외국인학교가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교육 과정과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학생이 가고 싶어 하고, 행복해하는 학교로 한국 교육에 시사점을 던지고 싶습니다.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인학교를 운영하면서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경제자유구역이 발전해서 외국 기업이 많이 오고, 정주 환경이 좋아지면 우리 학교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 학교 법인에 대한 인식입니다. 한국 법인을 향해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 있거든요. 경제자유구역에선 외국 법인이 우선순위에 놓이기도 하고요. 잘하는 건 잘한다고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대담 신용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국제협력특보·정리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청라달튼외국인학교(Cheongna Dalton School)는 2011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한국 학교 법인(봉덕학원)이 최초로 설립한 외국인학교다. 유치원부터 초중고까지 과정을 통합해 가르친다.
앞서 봉덕학원이 1997년 서울 양천구에 설립한 한가람고는 교과 선택제와 학점제, 무학년제 등을 도입하며 주목받았다. 이런 시도는 청라달튼외국인학교에서도 학생별 맞춤 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
청라달튼외국인학교는 2015년 첫 번째 졸업생 54명을 배출했다. 개교 이래 졸업생 472명 가운데 40%는 국내 대학, 33.5%는 미국 대학에 입학했다. 지난해에는 졸업생 64명 중 36명(56.3%)이 미국·캐나다·영국·홍콩·호주·싱가포르 등지의 외국 대학으로 진학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