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심은하와 이성재가 주연으로 나와 잔잔한 로맨스를 선사한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은 활기차고 솔직한 철수(동물원)와 정적이고 내향적인 춘희(미술관), 두 사람의 기이한 만남이 서서히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에는 함께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줄거리를 가진 영화다. 비록 영화는 크게 히트하지 못했지만(?) 한국 멜로영화의 레전드로 꼽히고 있다. 필자가 '미술관 옆 동물원'을 논제로 들고나온 이유는 영화에서도 '미술관 옆 동물원'이 서로 다른 성격의 주인공들 이미지를 담고 있지만, 도시에서도 두 공간은 함께하기 어려운 장소적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우선 '미술관 옆 동물원'의 모티브가 된 장소를 보면, 과천 청계산 자락으로 동물원은 서울 대공원을, 미술관은 '국립 현대미술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동물원이 청계산 자락에 있는 것은 어울리지만, 국립 현대미술관이 산자락에 있는 것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현대미술관이 무엇을 위한 공간인지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

도시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인프라로 조성된 공간이 박물관·미술관이다. 박물관은 그 사회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이며, 현대미술관은 미래와 상상력, 독창성과 창조력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래서 선진도시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은 접근성이 편리한 도심에 입지하여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 만남의 공간, 소통의 공간, 공공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선진도시에서 박물관·미술관이 어디에 입지하고 있는지를 보시라!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 루브르미술관, 런던 영국박물관·미술관, 워싱턴 스미소니언박물관 모두 접근성이 우수한 도심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국립현대미술관(본관)은 무슨 비밀 군사기지인 양 청계산 자락에 숨어있다.

인구 300만 도시 인천은 어떤가? 시립박물관은 청량산 자락에 있고, 현대미술관은 아예 없으며, 미추홀 시립도서관은 접근성이 엄청 불편한 장소에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다. 이러고도 초일류도시라고 할 수 있는가? 인천시는 학익동에 '뮤지엄 파크'를 조성해 박물관·미술관을 건립한다고 하는데, 과연 이곳이 문화예술 공간, 만남·교류의 공간, 소통·공공의 공간을 위한 최적지인지 의문이 든다. '미술관 옆 동물원' 영화의 해피엔딩처럼 인천 미술관/박물관 그리고 공공도서관이 적지에 입지하여 인천 시민들에게 자긍심과 애향심, 사랑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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