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설립…50년 가까이 명맥 이어
전국 대표 수산물유통단지 자리매김
시설 노후로 연안부두 물양장 이전 계획
보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인프라 조성
상인들에겐 새로운 도전이자 희망
유기붕 이사장 “상권 활성화 최선”
도움 손길 필요한 곳 나눔활동 동참
우리나라 관문이 인천국제공항이라면 인천의 관문은 연안부두다. 공항이 생기기 오래전인 1960년대 후반, 늘어나는 무역량을 감당하기 위해 인천내항 개발을 하면서 나온 흙으로 바다를 매립해 연안부두가 만들어졌다. 여객터미널과 함께 연안부두의 대표적인 명소로 꼽히는 곳은 인천종합어시장. 싱싱함을 뽐내기라도 하듯 팔딱거리는 생선들이 점포마다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1981년 10월 어시장 활성화와 상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설립된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은 어시장 이전이라는 중차대한 사업을 이끌며, 어시장이 써나갈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어시장 이전으로 인천 랜드마크 도약 기대
인천 중구 연안부두에 있는 인천종합어시장의 역사는 지난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 이후 모여든 피난민들과 상인들이 생존을 목적으로 모여 조성됐다. 50년 가까이 인천은 물론 전국을 대표하는 수산물유통단지로 자리매김해 신선한 식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이 깊은 만큼 어시장도 나이를 먹어간다. 일부 시설들은 노후화돼 틈틈이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부족한 주차 공간을 해결하기 위해 주차장 확장 공사도 병행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법. 어시장은 새로운 100년을 위해 이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기붕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을 때만 해도 동양 최대 수산시장으로 출발했다. 지금도 인천종합어시장의 물동량과 거래량은 서울보다 많다. 그동안 많은 고객이 믿고 찾아주셨다”면서 “하지만 시장 크기와 주차장도 협소하고 다른 어시장에 비해 현대화되어 있지 않아 이런저런 불편함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시장이 먼저 생겼지만 결과적으로 주변에 아파트단지와 학교들이 있어 소음과 냄새 등을 이유로 각종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며 “여러모로 어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꾀할 상황과 합리적인 이유가 생겨 어시장을 이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인천종합어시장이 이전할 대상지는 연안부두 물양장으로 현재 인천항만공사에서 매립공사를 하고 있다. 내년 6월쯤 지반공사를 완료하면 이듬해 어시장 이전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시장 상인들과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이 어시장 이전 대상지로 물양장을 택한 이유는 바다를 끼고 있다는 점이다. 어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바로 인근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바다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천혜의 관광자원인 바다와 맛있는 수산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어시장의 어우러짐은 해양도시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유 이사장은 “현재 어시장에서는 물건 구매 말고는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 온 김에 이것저것 둘러보고 즐길 거리가 있다면 더 많은 분이 어시장을 찾을 것”이라며 “어시장이 물양장으로 옮기게 되면 가까이서 바닷냄새도 맡을 수 있고 배들이 접안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주말에는 젊은이들이 버스킹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등 보다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하려 한다”고 했다.
경기 악화로 침체되어 있는 시장 상인들에게도 이번 이전은 새로운 도전이자 희망이다.
그는 “여러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 아니겠냐”며 “더 좋은 환경에서 질 좋은 수산물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상인들도 더 큰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눔으로 지역사회와 상생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은 오래전부터 지역사회 곳곳을 돌아보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마다 사랑을 전해왔다.
지난 11일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효잔치를 열었다. 지역 어르신들에게 점심과 수육, 떡, 과일 등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다. 효잔치는 코로나19사태로 대면 행사가 금지됐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로 벌써 25회째를 맞았다. 지난 3월에는 중구 연안동에 적십자 특별회비를 전달하기도 했다.
조합의 사랑 나눔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천 중구 월디장학회 회원으로 정기적인 장학금 전달에 나서고 있다. 올해 제3차 장학금 기탁식에서 조합은 500만원을 선뜻 내놨다.
월디장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유기붕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경제침체와 코로나19 사태 등을 겪으며 어시장도 많이 침체되어 있고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웃과 지역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과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며 “조합원분들도 이런 생각에 함께 해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나눔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가는 나누고 베풀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대단한 것도 특별할 것도 없다”라며 “우리 어시장도 그동안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고 지금도 찾아주시지 않냐. 50년 가까이 지역에서 활동하며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받은 만큼 그 사랑을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 꿈을 꾸는 청소년들에게 흘려보내는 것이 우리 조합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웃음 지었다.
새로운 100년, 200년을 향하여
지난 3년간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 사태가 조금씩 완화되는 가운데 이와 동시에 경기 불황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생존 문제가 직결된 소상공인들의 경우 그 여파가 더욱 매섭다.
수산물유통단지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한 인천종합어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줄어든 손님, 꽁꽁 닫혀버린 소비심리에 상인들의 마음도 무겁다. 그러나 새로운 동력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성장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유기붕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다들 어렵다고 말한다. 어렵지 않은 곳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경기만 탓할 게 아니라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인천종합어시장은 그 어느 곳보다 잠재력이 뛰어난 곳이다. 어시장 이전을 계기로 삼아 상권을 활성화하고 활력 넘치는 어시장이 될 수 있도록 나아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연안부두에 자리 잡은 모습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는 인천역 주변 하인천 어시장시절부터 따지면 인천종합어시장은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상인과 고객들이 다녀갔다. 상인들은 3세대에 걸쳐 노하우를 전수하며 명맥을 이어왔다”면서 “물양장으로 이전하면 또 다른 4세대들이 역사를 이어나갈 것이다. 앞으로 100년, 200년 후에 인천종합어시장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은 “수산물은 국민건강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시설과 신선함 모두가 어시장의 중요한 요소다.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해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국민의 건강 지키는 일에 앞장서려 한다”며 “요즘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이 뜸하다고 한다. 관심과 사랑을 주신다면 재래시장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믿고 찾아주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여러분들도 우리 인천종합어시장 많이 사랑해주시고 자주 찾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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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을 늘리기보다는 해산물을 저렴하게 먹을수 있게 퓨전음식등을 판매하는 매장이 대부분이 되어야합니다.
지금처럼 횟감만 파는 시대는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