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진국 함정 빠져나올 수 있을까

저임금 매력 동아시아국 차지
도농 소득 불균형 등 문제 지적
▲ 보이지 않는 중국 스콧 로젤 내털리 헬 지음 박민희 옮김 롤러코스터 1만8000원

중국을 열번 가량 찾았다. 중국은 시시각각 변했다. 도심 마천루는 하늘 빼곡 서 있고, 빈 땅을 찾을 수 없게 아파트가 틈을 메꾸었다. 그러나 매번 의문이었다. 무언가 이질감이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중국>에서 답을 찾았다. 난 그동안 '보이는 중국'에만 집착했지, '보이지 않는 중국'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이 책은 보고서이다. 중국 곳곳의 현상을 축적하며 이론을 정립했다. 지식만으로 쓴 책에서 오는 얕은 술수를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접한 누구나 저자 스콧 로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공동 연구자 내털리 헬에게 찬사를 보낸다. 중국은 거대하다. 20세기를 지나 21세기를 거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치는 세계 모든 나라 경제와 연동될 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근래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수년 전까지 대형 마트 대부분 공산품에는 중국이란 생산국 상표가 붙었다. 언제부턴가 그 자리에 동아시아 여러 나라가 발견된다. 이뿐 아니다. 백색가전과 휴대폰에서는 사라지고 있다. 어렴풋이 “중국은 더는 저임금 매력이 없다. 제3국이 대체했다”고 여겼다.

이 생각이 <보이지 않는 중국>의 핵심으로, 왜 중국이 '중진국 함정'의 수렁에 빠져드는지를 설명한다.

중국 농촌 곳곳을 찾은 스콧 로젤 교수팀은 '교육'과 '보건', '후커우(戶口)'의 폐단을 지적하며 중국에 경고한다. “도심과 농촌의 불균형을 바로잡지 못하면 중국은 선진국에 오를 수 없다.”

이들은 “만약 중국이 안정된 고임금 고소득 국가로 탈바꿈하고 싶다면, 더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획일화되지 않은 일을 해낼 수 있는 노동력이 필요할 것이다”며 “국내외 새로운 고용주들은 비판적으로 글을 읽고, 기초적인 수학을 할 수 있으며, 세심한 논리적 결정을 내리고, 컴퓨터를 사용하며, 영어를 할 줄 아는 노동자를 원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중진국 함정에 빠진 여러 나라, 특히 멕시코와 브라질의 사례가 와 닿는다. 중진국에서 선진국 사다리에 오를 수 있었던 한국과 아일랜드 사례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식지 않은 교육열은 고임금 노동의 기반이 됐기 때문이다. 낮은 교육수준이 저임금 노동산업을 야기시키고, 이러한 바탕에서 임금 수준이 개선될 경우 노동시장은 더욱 복잡한 공산품 생산으로 도약하게 된다. 만일 교육수준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고임금 지식 산업은 그 나라를 철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실직의 나락에 빠질 수밖에 없고, 국가는 이들을 지탱할 여력이 없다. 결국 실직자들의 선택은 '범죄'이다. 저자는 “중국은 대단히 성공적으로 성장해 중진국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이전과 다른 성장 방법과 침체하거나 하락하는 방법이 있는 구역에 들어섰다”고 봤다.

특히 중국은 도심과 농촌의 차이가 크다. 인구 대부분이 살아가는 중국 농촌, 후커우 제도가 중국 도약에 발목을 잡고 있다. '카스트제도'로까지 불리는 후커우 제도로 인해 도심과 농촌의 인구 이동이 막혀 있어, 대부분 인구를 차지하는 중국 농촌은 도심보다 낮은 교육수준과 체계적이지 못한 보건 상태에 놓이게 된다.

“도시-농촌 간 거대한 불평등은 세계 많은 나라에 존재하지만, 중국은 이 불평등을 법으로 유지하고, 강화하는 유일한 나라다. 외부 사람들은 제대로 깨닫지 못하지만, 중국의 후커우는 국가가 후원하는 카스트제도 같다.”

더 위협적인 경고도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중국>은 중국 집단주의가 불러올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노동인구의 다수가 구조적 실업 사태에 빠진다면 중국 당국은 민족주의와 애국주의에 점점 더 의존하면서 궁극적으로 대만 무력 통일 등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책에서는 중국이란 불편 요소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오도록 안내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중국>은 가깝지만 멀게 느껴지고, 미래가 불투명한 중국이란 망망대해에서 등불을 만나게 해준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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