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음식 없이 3주, 물 없이는 3일을 넘기지 못한다. 그렇다면 공기는? 채 3분도 버티지 못한다. 그 소중한 공기를 마시는 공간을 '하늘만큼?'이라며 무한대라 생각할지 몰라도 실제로는 지상에서 2㎞ 정도만이 호흡권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정적인 공기가 오염되고 있다면 무엇보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기오염으로 죽을 수도 있구나'란 공포감을 심어준 가장 큰 사건이 바로 1952년 영국 런던스모그다. 산업혁명 이후 석탄 연료를 다량 사용하면서 발생한 아황산가스와 매연이 짙은 안개로 인해 갇혀버렸다. 이렇게 4일간 지속한 스모그로 인해 아황산가스 농도가 기준치를 훨씬 넘기면서(0.7ppm·시간 평균치 0.15ppm) 총 1만2000 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번째로 큰 사건은 미국 LA스모그다. 1940년대 당시 빌딩과 400만 대에 달하는 차량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자외선과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뿌연 오존을 계속 만들어냈고, 이로 인해 눈 따가움과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급증했다. 오존이 성층권에서 자외선을 차단해 이로운 줄로만 알았는데 사람이 숨 쉬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오존은 피해를 줘 '두 얼굴을 지녔다'란 얘기도 생겨났다.
우리나라도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비슷한 경로를 거치는 중이다. 1980년대까지는 아황산가스와 매연 중심이었던 대기오염물질이 1990년대 들어 방지기술이 발달하고 연료가 청정화되면서 질소산화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 미세먼지 등으로 바뀌었다. 헌데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염물질이 인체에 더 큰 해를 입히기도 한다. 미세먼지가 대표적이다. 먼지는 입자 크기에 따라 총 먼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로 나뉘는 데 특히 사람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는 대부분 폐포 깊숙이 침투해 폐렴이나 폐암까지 일으킨다. 미세먼지가 위해성이 매우 높은 석면이나 벤젠 등과 함께 1급 발암성 물질로 지정된 이유다.
필자도 환경부에서 대기환경정책관으로 근무할 당시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방법을 찾고자 동분서주했다. 그러던 중 1990년대 후반부터 기후변화 문제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원인 물질이 이산화탄소다. 인체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아 대기오염도 일으키지 않는 데 과연 문제가 뭘까? 가령 가솔린 자동차의 경우 연소 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을 없애려고 삼원촉매장치를 의무화해 이산화탄소로 바꿔 배출시킨다. 새로운 온실가스 제조기가 탄생한 것이다. 대기오염뿐 아니라 기후변화까지 풀어내야 하는 상황이 닥친 거다.
대기오염은 호흡권에서 국가나 지역적으로 해결하면 되지만 기후변화는 지구 전체에 온실효과를 불러일으켜 생태계를 파괴하고 각종 기후재난을 발생시킨다.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물질은 비단 이산화탄소(CO2)만이 아니다. 쓰레기나 농축산분야에서 많이 발생하는 메탄(CH4)의 영향력은 이산화탄소의 28배에 달한다. 비료제조와 사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N2O)는 무려 265배다. 이뿐 아니다. 반도체나 전기제품 등 절연체 공정에서 대기로 배출하는 육불화황(SF6)과 과불화탄소(PFCs)의 경우 영향력이 많게는 2만3500 배에 달하고, 냉매나 스프레이 분사제 등에서 발생하는 수소불화탄소(HFCs) 역시 최대 1만1700배나 영향을 준다. 이 물질들은 6대 온실가스로 기후변화협약의 규제 대상에 속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기가 대기오염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더 복잡해졌다. 분명한 것은 기후변화가 인류의 존속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란 거다. 또 하나, 각국의 규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에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만 한다. 환경뿐 아니라 경제·사회가 함께 나서게 된 이유다. ESG 규범이 본격 등장한 데는 이러한 복잡한 배경이 자리한다.
/이재현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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